우원식, 베이징서 김정은·푸틴·시진핑 연쇄 접촉…한반도 평화 위한 '의회 외교'

이우창 기자

등록 2025-09-04 17:50

푸틴에 "금강산 등 유네스코 유산 활용한 남북 문화교류 메시지 전달해달라"

7년 만에 만난 김정은과 짧은 조우…경색된 남북 관계 현실 체감



푸틴 대통령과 대화하는 우원식 국회의장우원식 국회의장이 3일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제80주년 중국 전승절 열병식 및 환영 리셉션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대화하고 있다. 2025.9.3 (사진= 국회의장실 제공)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차 베이징을 방문한 우원식 국회의장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연쇄 접촉하며 경색된 남북 관계의 돌파구를 마련하기 위한 적극적인 평화 외교에 나섰다. 우 의장은 특히 푸틴 대통령을 통해 남북 문화교류를 제안하는 등 구체적인 해법을 제시해 눈길을 끌었다.


우 의장은 4일 베이징에서 현지 한국 특파원들과 가진 간담회에서 전날의 외교적 상황들을 상세히 설명했다. 그는 전승절 열병식이 열리기 직전, 톈안먼 망루의 대기 장소에서 김정은 위원장과 조우했다고 밝혔다. 


우 의장은 김 위원장에게 먼저 다가가 악수를 청하며 "오랜만입니다. 7년 만이에요. 반갑습니다"라고 인사를 건넸고, 이에 김 위원장은 "네,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간담회에 동석한 더불어민주당 박정 의원은 당시 김 위원장이 작은 목소리로 답했다고 부연 설명했다.


우 의장은 당시 현장 상황이 복잡해 김 위원장과 긴 대화를 나누기는 어려웠다고 전했다. 그는 "김 위원장과는 아주 짧게 만났으며, 동선이 달라 만나기 어려울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면서도 "7년 전 남북정상회담 때와는 달리 현재 남북 관계가 굉장히 어려운 상황임을 현장에서 실감했다. 


이런 때일수록 한반도 평화를 잘 만들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절실히 느꼈다"고 소회를 밝혔다. 우 의장과 김 위원장의 만남은 2018년 남북정상회담 환영 만찬 이후 이번이 두 번째다.


같은 날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환영 리셉션 오찬에서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심도 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전했다. 우 의장에 따르면, 푸틴 대통령이 먼저 "국회의장께서는 남북관계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고 질문했다. 


이에 우 의장은 "한반도의 평화를 지키는 것이 곧 세계 평화와 직결되며, 우리 국민의 안전과도 연결된 중차대한 문제"라며 "푸틴 대통령께서도 한반도 평화를 만드는 데 깊은 관심을 가져주시길 바란다"고 답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김정은 위원장에게 전할 말이 있는가"라며 중재 의지를 내비치자, 우 의장은 새 정부 출범을 계기로 한반도 평화 공존 시대를 열어야 한다고 역설하며 그 첫 단추로 '문화 교류'를 제안했다.


그는 올해 한국의 '울산 반구대 암각화'와 북한의 '금강산'이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공동 등재가 결정된 사실과 내년 한국에서 유네스코 총회가 열린다는 점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내년 총회에 참석하는 인사들이 한국의 유산을 둘러보고, 평화의 상징인 금강산까지 함께 방문할 수 있기를 희망한다"며 "나 역시 금강산을 거쳐 원산 갈마까지 가고 싶다. 이런 평화의 염원을 김 위원장에게 전달해달라"고 요청했고, 푸틴 대통령은 "잘 알겠다"고 답했다고 우 의장은 설명했다.


이와 함께 우 의장은 러시아 내 130여 개 한국 기업이 겪는 어려움에 대한 푸틴 대통령의 관심과 지원을 당부했고, 푸틴 대통령은 "상황을 잘 알고 있다"고 답했다고 덧붙였다.




베이징에서 한국 매체 특파원들과 만난 우원식 국회의장4일 오후 중국 베이징에서 한국 매체 특파원들과 만나 중국 전승절 행사 참석 상황을 설명하는 우원식 국회의장. (사진= 베이징 연합뉴스)


한편, 우 의장은 전날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인사를 나누며 "(올해 경주에서 정상회의가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에서 다시 뵙겠다"고 말했고, 시 주석이 긍정의 의미로 고개를 끄덕였다고 전해 한중 정상회담에 대한 기대감을 시사하기도 했다.


이번 행사가 북한·러시아 등을 초청해 '반서방 연대'를 공고히 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한국 국회의장의 참석이 자칫 편향된 외교적 메시지로 비칠 수 있다는 국내외의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우 의장은 이러한 시각에 대해 직접 입장을 밝혔다. 그는 "올해는 한국 광복 80주년이자 중국의 항전 승리 80주년으로, 양국 모두 일본 제국주의에 맞서 싸워 독립과 승리를 쟁취한 공통의 역사를 가지고 있다"며 "이러한 역사적 공감대가 양국의 유대감을 넓히는 뿌리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해 한중 관계 발전을 중심에 두고 참석을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또한 열병식에서 민 아웅 흘라잉 미얀마 최고사령관과 악수한 것에 대해서는 "미얀마에 체류 중인 우리 국민 1,500여 명의 안전에 대한 관심을 요청했다"며 "다자외교 무대에서 상대가 먼저 청하는 악수를 거절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미얀마 민주주의를 위해 노력하는 투사들과 연대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우 의장은 이번 방중이 이재명 대통령의 특별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함이라는 일각의 주장에 대해서는 "국회의장이 대통령 특사는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대통령실과 소통은 있었지만, 별도의 메시지를 전달할 것은 없었다"고 명확히 밝혔다. 


이를 통해 이번 방중이 대통령의 지시가 아닌, 입법부 수장으로서 독자적인 판단하에 이뤄진 외교 활동임을 분명히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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