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부 “국무총리는 헌법 준수와 수호의 독자적 의무자” 명시
단순 지시 그친 이상민은 12·12 핵심 인물 수준 형량 적용
12·3 비상계엄 당시 언론사 단전·단수 지시를 전달하는 등 내란에 가담한 혐의로 기소된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이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내란 중요임무 종사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이날 열린 선거공판에 이 전 장관이 출석해 있다. 서울중앙지법 제공
12·3 내란 당시 ‘중요임무 종사’ 혐의로 기소된 한덕수 전 국무총리와 이상민 전 행정안전부 장관에 대한 1심 선고가 내려졌다. 특검이 두 피고인에게 동일한 징역 15년을 구형했음에도, 법원은 지위에 따른 책임의 무게를 달리하며 16년이라는 이례적인 형량 차이를 두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32부(류경진 부장판사)는 12일 이 전 장관에게 징역 7년을 선고했다. 앞서 지난달 21일 형사합의33부(이진관 부장판사)가 한 전 총리에게 징역 23년을 선고한 것과 비교하면 현격한 차이다. 한 전 총리는 구형보다 8년 가중된 형을, 이 전 장관은 구형의 절반 이하로 감경된 형을 받았다.
재판부는 두 사건 모두 윤석열 전 대통령의 비상계엄 선포를 형법상 내란으로 규정했다. 양측 재판부 모두 피고인들이 대통령의 행위를 방조하고 진실을 은폐하려 했으며, 민주주의의 기본 질서를 파괴하려 했다는 점을 불리한 양형 요소로 판단했다.
이러한 공통점에도 불구하고 형량이 갈린 결정적 요인은 국무총리가 갖는 헌법적 위상과 구체적인 가담 정도였다.
한 전 총리의 재판부인 형사33부는 총리의 지위가 갖는 엄중한 헌법적 책무를 판결문에 명시했다. 재판부는 "국무총리는 대통령을 보좌하여 국무회의가 민주적으로 운영되도록 할 책임이 있으며, 헌법 수호를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여야 하는 위치"라고 강조했다. 반면 이 전 장관의 재판부인 형사32부는 장관으로서의 별도 권한이나 책임을 특별히 언급하지 않았다.
가담 행태의 구체성에서도 차이가 났다. 이 전 장관은 언론사 단전·단수 협조 지시 외에 추가적인 행위가 드러나지 않았다. 그러나 한 전 총리는 요식 행위를 통해 불법적인 계엄 선포를 기정사실화하고자 국무위원들의 서명을 주도하고, 계엄 해제 후 비상계엄 선포문 표지를 손상하는 등 적극적인 사후 조작에 가담한 점이 인정됐다.
판례 적용에 대한 재판부의 시각차도 형량에 영향을 미쳤다. 한 전 총리 재판부는 이번 사건을 기존의 '아래로부터의 내란'과 다른 '위로부터의 내란'으로 규정하며 과거 판례보다 엄중한 잣대를 적용했다. 이에 따라 한 전 총리는 과거 12·12 사건 당시 '2인자'였던 노태우 전 대통령의 1심 형량(22년 6개월)보다 무거운 형을 받게 됐다.
반면 이 전 장관의 경우 기존 판례의 기준인 참여 정도에 따른 양형을 적용받으면서 12·12 사태 당시 신군부 가담자들과 유사한 수준의 선고가 내려졌다. 결국 법원은 헌법 질서 수호의 최후 보루인 총리에게는 지위에 부합하는 무거운 책임을 물었으나, 장관에게는 가담의 구체성에 집중하여 판결을 내린 것으로 해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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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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