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여 중소 납품업체 평균 7.7억 미수금... 일반 채권이라 회수 불투명
14일 내 즉시항고 변수 남았지만 극적인 자금 조달 외엔 대안 없어
임금 체불 속 법정관리 폐지 날벼락... 노조·학계 충격 속 대책 마련 촉구
홈플러스 강서점 본사. 사진=안철수
침체기에 빠진 업황 속에서 자금줄마저 막힌 홈플러스가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됐다.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정준영 법원장)는 3일 홈플러스의 회생 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홈플러스가 지난해 3월 기업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한 지 1년 4개월 만이다.
대형마트 업계 2위로 한때 전국에 140여 개 점포를 운영했던 홈플러스는 사모펀드 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이후 이커머스 급성장에 따른 경영난을 극복하지 못하고 결국 기업 청산이라는 최악의 상황에 직면했다. 이에 따라 직·간접 고용 인력을 비롯해 입점업체 점주, 납품업체, 전자단기사채(전단채) 투자자 등 광범위한 이해관계자들의 대규모 피해가 우려된다.
앞서 홈플러스는 자금난 완화를 위해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을 NS홈쇼핑에 2000억 원대로 매각했으나 경영난을 해소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전체 104개 대형마트 매장 중 효율성이 낮은 37개 매장을 폐점하고 본체 매각을 추진했으나, 오프라인 유통업 침체 속에 성과를 내지 못했다.
홈플러스의 회생계획안 인가 시한을 하루 앞둔 2일 서울 시내 한 홈플러스 매장 앞에서 시민들이 오가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법원의 이번 폐지 결정은 회생에 필요한 최소 자금인 2000억 원 조달 실패가 결정적 원인으로 작용했다. 법원은 지난 6월 말까지 자금 조달 소명을 요구하며 최후통첩을 보냈으나, 홈플러스가 제출한 회생계획안 수정안에는 실질적인 외부 자금 조달 방안이 포함되지 않았다.
이러한 자금난 뒤에는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간의 장기화된 책임 공방이 있었다. 메리츠금융그룹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회장의 보증을 조건으로 1000억 원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금을 에스크로 계좌에 예치했으나, 나머지 1000억 원은 MBK 측이 직접 조달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다. 반면 MBK 측은 회사 차원의 연대보증을 제안하는 한편, 이미 김 회장의 개인 증여 등을 통해 수천억 원의 자금과 신용을 부담했다며 맞섰다.
대주주와 채권단의 갈등 속에 홈플러스 직원들은 지난 4~5월 임금을 지연 지급받은 데 이어 6월 급여는 아예 받지 못하는 등 경영 상황은 급격히 악화했다. 법원은 이날 보도자료를 통해 "회생계획안은 수행 가능성이 없으므로, 관계인집회의 심리·의결에 부치지 않고 회생절차를 폐지한다"고 밝혔다. 이번 폐지 결정에 대해 14일 이내에 즉시항고가 제기되지 않으면 폐지 결정은 최종 확정된다.
회생절차 폐지 결정 이후에도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14일 이내에 즉시항고를 할 수 있는 법적 절차는 남아 있다. 단기간 내 자금 조달 문제가 해결된다면 회생절차를 재신청하는 것도 가능하다. 법원 역시 자금 조달을 전제로 즉시항고할 경우 폐지 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심리를 위한 관계인집회 기일을 다시 지정할 수 있다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러나 2주라는 짧은 기한 내에 이해관계자 조율과 자금 마련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현 가능성은 매우 낮다는 것이 업계의 지배적인 시각이다.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등 단체 회원들이 28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홈플러스 정상화를 촉구하며 청와대 방향으로 삼보일배 행진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극적인 타결이 이루어지지 않을 경우 홈플러스는 이달 중 별도의 파산 신청 절차를 밟게 될 전망이다. 파산 신청이 수용되면 법원이 선임한 파산관재인이 회사 재산을 처분해 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된다. 현재 메리츠금융그룹이 홈플러스 자가 점포 62개에 대해 신탁 담보를 설정해 둔 상태이므로, 사실상 메리츠 측이 독자적인 담보권 실행을 통해 점포 매각 등 청산 절차를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사회적 파장은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것으로 우려된다. 지난달 말 기준 홈플러스의 정직원은 약 1만 2000명에 달하며, 주차·청소·보안 등 간접 고용 인력 1000여 명을 포함하면 총 1만 3000여 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다.
여기에 대금을 받지 못한 중소 납품업체와 소상공인 150여 곳의 피해액은 업체당 평균 7억 7400만 원에 이른다. 이들의 미수금은 법적 보호 순위가 낮은 일반 상거래 채권(후순위 채권)으로 분류되는 데다, 지난 2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현금성 자산은 104억 원에 불과해 대금 회수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태다. 약 4019억 원 규모에 달하는 전단채 투자자들 역시 투자금 회수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마트노조 홈플러스지부 관계자는 "조합원들이 홈플러스 정상화를 바라는 마음으로 단식 농성까지 벌여온 상황에서 갑작스러운 폐지 소식에 큰 충격을 받았다"며 "정확한 상황 파악과 함께 대응책을 마련 중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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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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