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복류수, 대구 수돗물 30년 논란 마침표 찍나

황경호 기자

등록 2026-07-08 10:02

취수원 이전 대신 '취수방식 전환'으로 승부수

하루 30t 여과, 60개 항목 매달 공개 검증

안동댐·해평취수장 대안과 경제성 비교도 병행



낙동강 고령강정보낙동강 고령강정보. 사진=연합뉴스


대구 30년 먹는물 숙원, 복류수가 푼다

30년 넘게 이어진 대구 먹는물 문제 해결의 시험대가 될 낙동강 복류수 실증실험이 본격 시작됐다. 정부와 대구시는 내년까지 진행될 실증 결과를 토대로 지역 상수원 정책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다.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지난달 대구 달성군 문산정수장에 낙동강 복류수 실증실험시설을 준공하고 가동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이번 실증이 지역 숙원인 먹는물 문제 해결의 중요한 분기점이 될지 관심이 쏠린다.


기후부는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안동댐을 활용해 대구경북에 맑은 물을 공급하는 정부 안을 확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재명 정부가 들어서면서 대구 먹는물 문제 해결 방법은 전환점을 맞았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2월 기후부 업무보고를 받은 자리에서, 기후부 내부적으로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활용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라는 결론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며, 결론이 난 만큼 식수 문제로 고생하는 대구 시민을 생각해 신속히 집행할 것을 당부했다. 이후 복류수 활용과 관련한 정부 움직임은 빨라졌다. 추경호 대구시장도 취임 전인 지난달 16일 문산정수장 시운전 현장을 당선인 신분으로 찾아 관심을 보였다.




복류수 실증실험시설 준공식 참석한 추경호복류수 실증실험시설 준공식 참석한 추경호. 사진=대구시장직 인수위


대구 물 해법 찾는다…복류수 본격 검증

복류수(하상여과수)는 강바닥 아래 자갈층과 모래층을 따라 흐르는 물을 가리킨다. 기후부는 강바닥에 관을 묻어 이 물을 취수해 먹는물로 활용할 수 있을지 확인하기 위해 실증실험시설을 설치했다.


이번 가동은 기후부가 제시한 3단계 물 문제 해결 전략의 핵심인 취수방식 전환을 공개적으로 검증하기 위한 것이다. 기후부는 올해 초 대한환경공학회, 대한상하수도학회, 한국물환경학회와 공동 주관한 토론회에서 2030년까지 낙동강 주요 취수원 수질 1등급 개선, 복류수·강변여과수 활용, 맞춤형 정수공정 도입을 3단계 전략으로 제시한 바 있다.


실증시설은 가로 6m, 폭 3m, 높이 7.5m 크기의 대형 실험수조에 모래·자갈 등 여재를 채우는 방식으로 조성됐으며, 이달 10일을 전후해 본가동에 들어간다. 매일 낙동강 하천수 30t 이상을 여과시켜 총유기탄소, 총인, 생물화학적산소요구량 등 수질환경기준 항목부터 조류독소 관련 물질, 미량유해물질까지 총 60종의 항목을 점검하며, 이를 통해 수질 개선 효과와 안정적 수량 확보 가능성을 확인할 예정이다.


전문가와 대구시, 정부가 공동으로 구성한 검증위원회는 매달 그 결과를 평가해 시민들에게 공개한다. 기후부는 이를 토대로 대구시와 함께 정책 방향을 확정할 계획이다. 정부와 대구시는 올해 연말까지 본가동을 진행한 뒤, 취수원으로 활용할 만큼 충분한 수량과 수질 확보가 가능하다는 결과가 나오면 실증실험 종료 전이라도 타당성 검사와 기본계획 수립을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대구-구미 취수원 갈등…되풀이되는 물분쟁(CG)대구-구미 취수원 갈등…되풀이되는 물분쟁(CG). 사진=연합뉴스 TV 


페놀사고 이후 수질사고 반복…취수원 이전은 번번이 제동

대구 먹는물 문제는 1991년 경북 구미의 한 생산시설에서 유독물질인 페놀이 유출되면서 불거졌다. 이 사고는 대구 취수원 이전 논의의 본격적인 출발점이 됐다. 이후에도 벤젠·톨루엔 검출(1994년), 기준을 초과한 1.4-다이옥산 검출(2004년, 2009년), 퍼클로레이트 검출(2006년) 등 수질 관련 사고가 잇달아 발생하면서 지역민의 불안은 커졌다.


잦은 수질사고로 취수원 이전에 대한 시민 공감대가 형성되고 다양한 방안이 제시됐지만, 그때그때 정책이 바뀌면서 취수원 이전은 대구시의 오랜 숙원으로 남았다. 2022년 대구시와 구미시가 구미 해평취수장을 공동 이용하기로 협정하면서 급물살을 타는 듯했으나, 민선 8기 들어 양측이 갈등을 빚으면서 협정은 사실상 폐기됐다.


이후 대구시는 안동댐으로 취수원을 이전하는 사업을 추진했으나, 상주시·의성군 등 안동댐 하류지역 지자체들의 반대로 제동이 걸렸다. 여기에 계엄과 탄핵 정국이 겹치면서 대구 상수원 이전 문제는 새 정부의 과제로 넘어왔다. 이후 구미시가 구미보 상류를 대구 취수원으로 제안하기도 했지만, 주변 지자체의 반발이 더해지면서 상황은 한층 복잡해졌다.




정수장정수장. 사진=연합뉴스 TV 캡처


복류수 중심 대구 물 해법 추진…내년 정책 결정

지난해 1월 기후부는 안동댐 직하류에서 문산정수장까지 110km 구간에 도수관을 설치해 물을 공급하는 '맑은물 하이웨이' 방안을 검토하겠다고 밝혔으나, 정권이 바뀌면서 이 방향은 달라졌다. 기후부는 '맑은물 하이웨이'와 '해평취수장 활용 방안'을 함께 검토하다가, 지난해 하반기 강변여과수와 복류수를 활용하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올해 초 기후에너지환경부 물이용정책관은 대구시청에서 지역 기자들과 만나, 대구의 상수원을 이전하는 대신 복류수와 강변여과수를 이용하는 방식으로 상수원 확보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올해 4월에는 '낙동강 유역 안전한 먹는물 공급체계 구축사업(상류) 타당성 조사 및 기본계획 수립' 용역에 착수했다.


내년 8월까지 진행되는 용역 기간 동안 복류수 실증시험시설 가동 결과를 분석하는 한편, 그동안 검토해온 구미 해평취수장 공동이용방안과 안동댐 활용 방안의 기술적·경제적 타당성도 함께 살펴본다. 정부는 이 용역 및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취수지점 선정, 취수 가능 수량 검토, 용수 수요 분석, 관로 노선 선정 등 대구 먹는물 문제 해결을 위한 사업 계획을 구체화할 예정이다.


기후부와 대구시 관계자는 "안전한 먹는물을 공급하는 것은 정부와 대구시의 당연한 책무"라며 "복류수 실증실험시설 가동을 통해 과학적이고 실효성 있는 해법을 찾아, 시민들이 하루빨리 안심하고 물을 마실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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