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EEPA 자의적 해석에 제동 걸었지만, 트럼프 즉각 '임시 관세 10%'로 맞대응
환급 지침 부재에 기업 혼란 가중... 세관 당국 행정 마비 및 법정 공방 장기화 전망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로이터=연합뉴스
미국 연방 대법원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핵심 통상 정책인 '상호관세'에 대해 위법 판결을 내렸다. 하지만 대법원이 관세 환급 등 사후 조치에 대한 명확한 지침을 제시하지 않은 데다, 트럼프 대통령이 즉각 대체 법안을 동원해 '보복 관세'를 강행하면서 글로벌 무역 환경의 불확실성은 오히려 역대 최고조에 달했다.
美 대법원은 20일(현지시간) 트럼프 행정부가 상호관세의 법적 근거로 활용한 '국제비상경제권한법(IEEPA)'의 범위를 엄격히 제한하는 판결을 내렸다. IEEPA는 국가 비상사태 시 대통령에게 금융 거래 등을 규제할 폭넓은 권한을 부여하지만, 이를 통해 교역국에 자의적인 관세를 부과하는 것은 행정권 남용이라는 판단이다.
이번 판결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주요 교역국에 부과됐던 10%의 기본 관세와 국가별 차등 세율인 상호관세는 즉시 법적 근거를 잃었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판결 직후 무역법 122조를 전격 가동해 전 세계 대미 수출품에 150일간 10%의 '임시 관세'를 부과하며 맞불을 놓았다. 대법원의 판결을 우회해 기존 관세 체제를 사실상 유지하겠다는 의지다.
이번 판결의 파장은 법정을 넘어 글로벌 외교 무대로 번지고 있다. 그동안 미국의 관세 압박에 못 이겨 체결된 수많은 양자 무역 합의들이 법적 정당성을 잃게 되었기 때문이다. 브랫 캐버노 대법관은 소수의견을 통해 "이번 결정이 기존 무역 협정들에 극심한 혼란을 초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실제로 유럽연합(EU)은 즉각 이번 판결에 따른 무역 합의 재검토 착수를 시사했다. 베른트 랑게 유럽의회 무역위원장은 "무제한적이고 자의적인 관세 시대가 끝났다"며 강경한 입장을 밝혔다. 반면, 중국 등 일부 국가는 이미 관세 체제에 적응해 수출 다변화를 이룬 만큼, 혼란 최소화를 위해 기존 합의를 유지할 것이라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가장 큰 혼란은 미국 내부 경제에서 발생하고 있다. 뉴욕 연방준비은행 조사 결과, 지난해 관세 인상분의 90%를 미국 기업과 소비자가 고스란히 떠안은 것으로 나타났다. 미 세관국경보호국(CBP)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중순까지 징수된 IEEPA 관련 관세 수입은 1,335억 달러(약 193조 원)에 이른다.
대법원이 환급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으면서 기업들의 집단 소송은 불가피해졌다. 행정 당국의 공식 통보와 하급 법원의 세부 환급 절차 마련에만 수개월이 걸릴 전망이다. 글로벌 물류기업 관계자들은 "수만 건의 개별 수입 항목에 대해 환급 신청을 하는 과정은 행정적 재앙에 가깝다"며 현장의 극심한 고충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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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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