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익보다 충성심”... 선 넘는 ‘트럼프표 대사들’에 유럽 외교가 공분

이우창 기자

등록 2026-02-27 08:36

벨기에·프랑스 등 주재국 사법권 개입 및 초치 거부로 ‘외교적 결례’ 파문

전문성 결여된 ‘보은 인사’의 돌출 행동... 전통적 대서양 동맹 균열 위기



벨기에 외무부 청사 나오는 빌 화이트 미국 대사벨기에 외무부 청사 나오는 빌 화이트 미국 대사. Belga / AFP=연합뉴스


재외 공관의 최고 책임자인 대사는 국가원수를 대리해 주재국에 자국의 의사를 전달하고 양국의 우호 증진을 도모하는 핵심 가교다. 엄격한 절제와 세련된 매너를 덕목으로 삼는 직업 외교관들과 달리,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임명한 유럽 주재 대사들은 외교적 관례를 무시한 거친 언행과 내정 간섭 논란으로 주재국과 심각한 마찰을 빚고 있다.


특히 벨기에, 프랑스, 폴란드, 덴마크 등 미국의 전통적 우방국들에서조차 주재국 주권을 경시하는 발언이나 사법 절차에 개입하려는 시도가 잇따르며 외교적 파문이 확산하는 양상이다.




찰리 쿠슈너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찰리 쿠슈너 프랑스 주재 미국 대사. AFP=연합뉴스 


벨기에에서는 빌 화이트 미국 대사가 당국의 무자격 할례 시술 수사를 ‘반유대주의’로 규정하고 기소 중단을 압박해 사법권 침해 논란을 자초했다. 화이트 대사는 외무부 초치 이후에도 벨기에 보건장관을 공개적으로 비난하고, 현지 정치인에게 미국 입국 금지를 위협하는 등 대사로서 부적절한 행보를 이어갔다. 이에 프랑크 반덴브라우커 벨기에 보건장관은 “권력 분립이 확립된 민주주의 국가에서 대사가 사법 절차에 개입하는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일”이라며 강한 불쾌감을 드러냈다.


프랑스에서는 찰스 쿠슈너 대사가 외교의 기본 관례인 ‘초치’에 불응하며 양국 갈등을 심화시켰다. 트럼프 대통령의 사돈이자 막후 실세인 재러드 쿠슈너의 부친인 그는, 프랑스 정부의 공식 호출을 거부하고 대리인을 보내는 등 주재국을 경시하는 태도를 보였다. 이에 장 노엘 바로 프랑스 외무장관은 “외교 관례를 무시하는 행태는 대사로서의 직무 수행 능력에 대한 의구심을 갖게 한다”며 고위 인사 접근권 차단이라는 강경 대응책을 내놓았다.




킴벌리 길포일 그리스 주재 미국 대사킴벌리 길포일 그리스 주재 미국 대사. EPA=연합뉴스 


이러한 ‘외교 아마추어리즘’은 유럽 전역에서 관측된다. 톰 로즈 주폴란드 대사는 트럼프 대통령을 비판했다는 이유로 폴란드 하원의장과의 외교적 채널을 단절하겠다고 선언했으며, 빌리 롱 주아이슬란드 대사 지명자는 주재국을 “미국의 52번째 주”라고 지칭하는 모욕적인 농담으로 현지 여론을 자극했다. 켄 하워리 주덴마크 대사 또한 참전용사들을 기리는 덴마크 국기를 일방적으로 철거해 불필요한 긴장을 조성했다.


외교가에서는 이 같은 잇단 결례의 근본 원인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정무적 보은 인사’를 지목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외교 현장에서 단련된 전문가 대신 킴벌리 길포일(그리스), 벤저민 레온 주니어(스페인) 등 사적 인연이 깊거나 정치 자금을 기부한 인물들로 대사직을 채웠다.


유럽 현지 매체들은 이들이 주재국과의 건설적인 소통보다는 임명권자의 관심을 끄는 ‘충성 경쟁’에 매몰되어 있다고 분석한다. 트럼프 2기 정부의 관세 압박과 방위비 증액 요구로 우방국 간의 긴장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마가(MAGA)’ 사상으로 무장한 대사들의 돌출 행동은 전통적인 대서양 동맹의 근간을 뒤흔드는 새로운 위협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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