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소원 첫 관문은 '바늘구멍'... 헌재, 1호 사전심사 26건 전원 각하

이우창 기자

등록 2026-03-24 21:02

헌재법상 청구 사유 미비 17건 최다, 전원재판부 회부 '0건'

153건 중 26건 우선 처리... 남소 방지 위한 촘촘한 사전심사 예고

"막연한 주장으론 불충분" 헌재, 엄격한 소명 책임 기준 제시


재판소원 사전심사 첫 판단 앞둔 헌재재판소원을 도입한 헌법재판소가 이르면 이번주 그간 접수된 사건들의 사전심사 결과를 낼 것으로 보이는 가운데 2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의 모습. 전날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는 이번주 초 재판관 평의를 열고 일부 재판소원 사건의 본안 회부 또는 각하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연합뉴스


헌법재판소가 법원 재판에 대한 헌법소원(재판소원) 제도 시행 이후 실시한 첫 지정재판부 사전심사에서 청구된 26건의 사건을 모두 각하 처리했다. 제도 도입 이후 본안 심사 회부 사례가 전무함에 따라, 재판소원 제도의 높은 진입 장벽이 재차 확인됐다.


헌법재판소는 24일 '재판취소 사건 관련 지정재판부 결정 현황과 주요 판시사항'을 공개했다. 재판관 3명으로 구성된 지정재판부 평의 결과에 따른 첫 공식 결정이다.


헌재 측 설명에 따르면, 지난 12일 제도 시행 이후 접수된 총 153건 중 26건에 대해 부적법을 이유로 각하 결정을 내렸다. 현재까지 사전심사를 통과해 전원재판부에 회부된 사건은 전무하다.


각하 사유별로는 '청구사유 미비'가 17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청구기간 도과' 5건, '기타 부적법' 3건, '보충성 흠결' 2건 순이었다. 한 사건은 복합적인 사유로 요건을 갖추지 못했다.


헌재는 이번 결정을 통해 재판소원의 구체적인 판단 기준을 제시했다. 헌재법상 재판소원이 가능하려면 확정된 재판이 헌재 결정에 반하거나,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았거나, 헌법 및 법률을 명백히 위반해 기본권을 침해한 경우여야 한다.


헌재는 "청구인은 헌재법상 사유를 갖췄는지 진지하고 충실하게 소명해야 한다"며, 막연하고 추상적인 주장이나 법원의 사실인정 및 법률 적용의 적절성을 단순히 다투는 수준의 불복은 기본권 침해 소명으로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구체적 사례로 대법원 판결의 위법성을 주장한 '2026헌마679' 사건은 구체적인 청구 사유가 구비되지 않았다는 이유로 각하됐다. 재판 확정일로부터 30일 이내에 청구해야 하는 기간 요건을 어긴 5건도 구제받지 못했다. 제도 시행 전 확정된 재판에 대한 소급 청구 주장은 정당한 사유로 인정되지 않았다.


또한, 다른 법적 구제 절차를 모두 거쳐야 한다는 '보충성' 요건도 엄격히 적용됐다. 상고를 포기하고 재판소원을 낸 유족의 국가배상 청구 사건에 대해 헌재는 전심 절차 이행의 기대 가능성이 있었다고 보아 각하했다.

재판소원 시행 10분 만에 접수된 '1호 사건'과 장영하 변호사, 유튜버 구제역 등이 청구한 사건은 아직 심리 중이거나 결과 발표를 앞두고 있다.


법조계는 헌재가 남소 방지와 사건 부담 경감을 위해 사전심사를 한층 강화할 것으로 전망했다. 헌재는 당초 연간 1만 건 이상의 추가 접수를 예상했으나, 초기 추세를 바탕으로 연간 5천~7천 건 수준으로 예측치를 수정하고 상당수를 사전심사 단계에서 걸러낼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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