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선거 참패 두고 "나의 부족함…국정 기조 고수하되 끊임없는 비전 제시할 것"
'투표용지 부족 사태' 강력 질타 및 '조작기소 특검' 국회 결정 수용 의사 피력
다주택 보유세 강화 및 단계적 대북 해법 등 핵심 현안 중심 비전 제시
이재명 대통령이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재명 대통령은 8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취임 1주년 기자회견에서 최근 치러진 6·3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국민이 현 정권에 내린 엄중한 경고"라며 고개를 숙였다.
이 대통령은 행정 과실로 드러난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민주주의 국가의 근간을 흔든 중대한 사안"이라며 매섭게 몰아붙였다. 동시에 '조작기소 의혹 특검'에 대해서는 "의혹이 있다면 시정하는 것이 맞다"며 전격 수용 의사를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번 지방선거 결과에 대해 솔직하고 구체적인 패배 인정을 내놨다. 이 대통령은 "우세 지역에서의 패배는 단순한 부진과 결이 다르며, 전체적으로 성공한 선거로 평가하기 어렵다"면서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려운 정국 흐름이 존재했고, 이 역시 민심의 무서운 경고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 이는 서울시장 선거를 비롯해 여권의 세가 강했던 주요 격전지에서의 패배를 직접 염두에 둔 발언으로 풀이된다.
이어 이 대통령은 "제사를 지낼 때는 온 정성을 다해야지, 제사 후 놀 궁리부터 해서는 안 된다"며 "목숨을 걸고 국정에 임해야만 비로소 성과를 낼 수 있는 법"이라고 덧붙여 공직 사회의 기강 해이를 강하게 경고했다.
선거 패배 이후 겪은 깊은 고뇌의 시간도 드러냈다. 이 대통령은 "지선 이후 이틀간 스스로를 성찰하는 시간을 보냈으며, 패배의 핵심 원인은 결국 나의 부족함에 있다는 결론에 도달했다"며 "국정 기조의 큰 줄기는 유지하되, 정책의 정밀함을 더해 더욱 밀도 있게 국정을 이끌겠다"고 다짐했다.
집권여당을 향해서는 역할 변화에 맞는 체질 개선을 강력히 요구했다. 이 대통령은 "여당과 야당의 책무는 근본적으로 달라야 한다"며 "야당 시절에는 공세와 견제가 중심이었을지라도, 집권 여당이 된 이상 국가적 비전을 끊임없이 제시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또한 "정치란 결국 끊임없이 공통분모를 찾아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라며 "과격한 표현이나 이념적 편 가르기, 사상 검열로 상대측을 모욕해선 안 된다"고 경계했다.
선거 관리 부실로 도마 위에 오른 투표용지 부족 사태에 대해 이 대통령은 강한 유감을 표명했다. 이 대통령은 "정부의 행정 편의주의적 대처 탓에 주권자가 투표권을 행사하지 못한 것은 묵과할 수 없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이번 사태는 사실 왜곡을 통해 선동을 일삼는 부정선거 음모론과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고 못 박았다. 이 대통령은 "'민주공화국에서 어떻게 투표권이 제한될 수 있는가'라는 청년들의 순수한 분노는 대단히 정의롭고 가치 있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정치권이 가진 주권 감수성의 부족함을 뼈저리게 반성하게 됐다"고 덧붙였다.
대치 정국을 형성하고 있는 '조작기소 의혹 특검'에 대해서는 정면돌파 카드를 꺼내 들었다. 이 대통령은 "이미 다수의 고소·고발이 누적되었고 국민적 의혹이 일어난 상황에서 진상 규명을 피할 길은 없다"며 "과실이 있다면 고쳐 잡고, 문제가 없다면 의혹을 털어내면 그만"이라고 언급했다.
진상 규명 방식과 관련해서는 "대통령 수하의 검·경 합동수사본부를 구성해 수사하는 것이 법적 원칙에 부합하나, 야당과 국민적 신뢰를 얻기 위해선 특검 도입이 보다 합리적일 수 있다"며 "불필요한 정쟁을 방지하기 위해 국회가 추천하는 특별검사 제도를 전격 수용하겠다"는 결단을 내렸다.
이재명 대통령 취임 1주년 기자회견 생중계 방송이 8일 서울 서대문구 인왕시장의 한 상점에서 TV를 통해 송출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제 분야에서는 다주택 소유자들에 대한 세제 압박 기조를 명확히 했다. 이 대통령은 "대한민국의 부동산 보유세 실효세율은 주요 선진국에 비해 현저히 낮아 다주택 보유에 따른 기회비용이 거의 없다"며 "투기 목적의 매물이 시장으로 유입되도록 제도를 개선한다면 실질적인 공급 효과를 체감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부는 세제와 금융, 규제 완화 및 공급 방안을 패키지로 묶어 조만간 종합 대책을 내놓을 계획이며, 핵심이 될 세제 개편안은 오는 7월 중 구체화될 예정이다.
다만 전세 시장의 불만에 대해서는 다소 완화된 평가를 내놨다. 이 대통령은 "임차인들의 체감 상승 폭은 크겠으나 전체 통계상 가격 대폭등 수준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진단했다. 이어 "전세는 한국 고유의 사금융 제도로서 장기적으로 소멸 단계에 접어들었다"며 "정상적인 월세 시장으로 이행하는 과도기에서 발생하는 일시적인 공급 감소 현상"이라고 해석했다.
삼성전자 노사 갈등 과정에서 쟁점으로 부각된 '초과이윤 공유제'에 대해서는 유보적인 입장을 견지했다. 이 대통령은 "초과이윤 배분 강제화는 국가 산업 생태계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다"며 "글로벌 공조 없이 국내에 독자적으로 강제 적용할 경우 기업의 해외 이탈이나 외국인 투자 위축 등 심각한 부작용을 낳을 수 있어 대단히 신중해야 한다"고 피력했다.
외교 안보 분야에서는 장기적 비핵화 기조를 지키되 현실적 단계론을 채택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이 대통령은 "북한이 매년 상당량의 핵 물질을 축적하고 있는 것이 부정할 수 없는 현실"이라며 "지금은 이상주의적인 일괄 타결보다 '핵물질 추가 생산 차단', '핵·ICBM 모라토리엄 준수', '미사일 기술 고도화 중단' 등 당장 실현 가능한 단기 과제에 집중해 협상 테이블을 열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끝으로 통일론에 대해서는 "헌법상 평화적 통일 가치를 포기할 수는 없으나, 현시점에서 섣부른 통일 담론은 남북 관계의 경색만 자초할 뿐"이라며 "상호 실체 인정과 존중을 전제로 상호 공존할 수 있는 실질적 평화 체제를 구축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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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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