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일 오전 조별리그 첫 경기 체코전, 연속골 앞세워 2대 1 역전승
점심시간 앞당긴 직장인 등 광화문광장에 최대 1만 8천 명 운집
경기 종료 후 10분 만에 자진 해산… 성숙한 시민의식 빛나
12일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체코의 경기에서 한국이 2-1로 역전승을 거둔 뒤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거리응원에 참여한 시민들이 환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 축구대표팀이 2026 북중미 월드컵 첫 경기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평일 대낮임에도 서울 도심 곳곳은 뜨거운 거리응원의 열기로 달아올랐다.
이번 대회 조별리그 경기는 주로 밤이나 새벽 시간대에 열리던 이전 대회와 달리, 3차례 모두 평일 오전 시간대에 치러진다. 이에 따라 많은 시민과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을 조정하거나 연차를 활용해 응원 대열에 합류했다.
이날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세종대왕상 일대는 대형 전광판을 중심으로 모여든 응원단의 '붉은 물결'로 가득 찼다. 대한축구협회와 KT, 응원단 붉은악마 측은 현장 인원을 최대 6,000명으로 추산했으나, 서울시 실시간 도시 데이터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 기준 광화문광장에는 최소 1만 6,000명에서 최대 1만 8,000명의 인파가 운집한 것으로 집계됐다.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열린 12일 종로구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응원을 펼치며 아쉬워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낮 최고기온이 30도 안팎까지 치솟는 무더위 속에서 시민들은 선캡, 양산, 휴대용 선풍기 등으로 무장한 채 응원전을 이어갔다. 붉은 티셔츠와 태극기 사이로 사원증을 목에 건 직장인들의 모습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직장인 이지선(29) 씨는 "점심시간을 아껴 경기를 보기 위해 점심도 거르고 광장으로 나왔다"고 전했다.
경기가 진행되며 인파가 밀집하자 한때 광화문광장 통행 흐름이 정체되기도 했다. 이에 현장 경찰관들은 호루라기를 불며 질서 유지에 나섰다.
무더위 속 응원을 이어가던 광장 일대는 후반 14분 체코의 라디슬라프 크레이치에게 헤딩 선제골을 허용하며 잠시 침묵에 잠겼다. 하지만 실점 8분 만에 황인범이 동점골을 터뜨리자 침묵하던 광장은 터질 듯한 함성으로 요동쳤다. 이어 후반 35분 오현규의 역전골이 골망을 흔드는 순간 광화문광장은 용광로처럼 달아올랐다.
시민 김민기(30) 씨는 "역전승을 거두는 순간 눈물이 날 정도로 벅찼다"며 "날씨가 더워 힘들었지만 시민들의 열정으로 더위를 극복했다"고 소회를 밝혔다. 현장체험학습 중 응원에 동참한 서울 도곡중학교 2학년 학생들도 "역전 순간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흥분됐다"며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12일 서울 BBQ홍대입구점을 찾은 방문객들이 치킨을 먹으며 대한민국 축구 국가대표팀 경기를 관람하는 모습. 제너시스BBQ그룹은 기존 매장 오픈 시간은 오전 11시이지만, 이날 경기 일정에 맞춰 조기에 문을 연 매장이 전체의 절반을 넘었다고 밝혔다. 사진=제너시스BBQ그룹 제공
2026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A조 한국과 체코의 경기가 열린 12일 서울 세종대로 광화문광장에서 시민들이 응원전을 펼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경기 종료 후 시민들은 경찰 안내에 따라 질서정연하게 퇴장했다. 경기 종료 10여 분 뒤인 오후 1시 10분경에는 광화문광장 일대 보행로가 병목 현상 없이 원활한 흐름을 되찾았다.
한편, 평일 대낮에 치러진 대표팀 경기는 도심 상권의 매출 지도와 기업들의 근무 풍경까지 완전히 바꾸어 놓았다.
가장 먼저 들썩인 곳은 외식업계였다. 서울 마포구의 주요 치킨 매장들은 평소보다 개점 시간을 서너 시간 이상 앞당겨 점심 무렵부터 몰려든 '치맥 관람객'들을 맞이했다. 대형 프랜차이즈 브랜드의 움직임도 분주했다. 제너시스BBQ 그룹은 이날 전체 가맹점의 50% 이상이 경기 일정에 맞춰 조기 영업에 돌입했다고 밝혔다.
기업들 역시 유연한 근무 환경 속에서 이색적인 사내 단체 응원전을 마련해 눈길을 끌었다. 서울 중구 을지로에서는 오비맥주 임직원 200여 명이 단체 유니폼을 맞춰 입고 경기를 관람했으며, 여의도 금융가에 위치한 한국투자증권은 사옥 내에 1,200석 규모의 대형 응원 무대를 조성해 임직원들이 한데 모여 환호성을 외칠 수 있도록 적극 지원했다.
집회가 한창이던 잠실 핸드볼경기장 인근에서도 참가자들이 휴대폰과 노트북 화면을 통해 개별적으로 중계를 시청하는 등 '한낮의 월드컵'은 도심 곳곳을 거대한 응원장으로 탈바꿈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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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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