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국부펀드·중앙은행, 증시 쏠림과 미국 부채 우려에 '탈주식·탈달러' 가속화
주식·채권 동반 하락에 분산 공식 붕괴...비유동성 대체자산 비중 24퍼센트 돌파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 열풍, 인프라 및 사모대출 투자 수요 견인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 사진=연합뉴스
전 세계 국부펀드와 중앙은행들이 주식시장의 변동성 리스크와 달러화 불안을 회피하기 위해 사모자산과 인프라, 금 등으로 자금을 대거 이동시키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구축 열풍이 이러한 대체자산 투자 흐름을 가속화하는 핵심 동력으로 작용하는 양상이다.
29일 금융투자업계 및 외신(파이낸셜타임스, 블룸버그, 로이터 등)에 따르면, 글로벌 자산운용사 인베스코가 전 세계 국부펀드 90곳과 중앙은행 54곳을 대상으로 연례 조사를 실시했다. 이들이 운용하는 총 자산 규모는 국부펀드 자산 17조 2000억 달러를 포함해 총 29조 달러(약 4경 4500조 원)에 달한다. 조사 결과, 이들 대형 기관투자자는 주식 비중을 축소하는 대신 금과 비상장 인프라 자산을 집중적으로 늘리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미국 증시 현장. 사진=AP/연합뉴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사모신용, 사모주식, 인프라 등 비유동 자산을 늘리겠다는 국부펀드의 응답 비율이 이를 줄이겠다는 답변보다 28~35퍼센트포인트 크게 웃돌았다. 반면 주식 비중을 축소하겠다는 응답은 확대하겠다는 의견보다 17퍼센트포인트 높게 나타났다. 실제로 국부펀드의 포트폴리오 내 주식 비중은 기존 32퍼센트에서 30퍼센트로 낮아진 반면, 비유동성 대체자산 비중은 전체의 24퍼센트까지 확대됐다. 이 가운데 인프라 자산은 9퍼센트의 비중을 차지하며 최근 5년간 가장 빠른 성장세를 기록했다.
이처럼 기관투자자들이 공개시장에서 자금을 빼는 주된 원인으로는 주식시장의 극단적인 종목 쏠림 현상이 지목된다. 미 S&P500 지수의 상위 10개 종목이 차지하는 비중은 지난 10년간 두 배로 늘어나 현재 38퍼센트에 육박한다. 인베스코 측은 "시장 전반을 추종하는 패시브 전략이 결과적으로 소수 대형 기술주에 과도하게 노출되는 리스크를 낳았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과거 주식 하락 시 완충 역할을 수행해 온 채권마저 주식과 동반 급락하는 현상이 발생하면서, 기존의 전통적인 자산 배분 공식이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인베스코 리서치 관계자는 "주식과 채권을 동시에 보유하는 구도로는 과거와 같은 포트폴리오 회복력을 기대하기 힘들어졌다"고 설명했다.
미국의 데이터센터 건설 현장. 사진=AFP/연합뉴스
AI 데이터센터 인프라 건설 붐은 대체자산 수요를 더욱 자극하고 있다. 실제로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운용자산 3350억 달러)은 이미 포트폴리오의 49퍼센트를 비상장 자산으로 구성했으며, 아랍에미리트(UAE) 무바달라(3850억 달러) 역시 전체 자산의 59퍼센트를 사모주식과 인프라, 부동산에 배분한 상태다.
중동의 한 개발형 국부펀드는 "AI 성장에 따른 수혜를 극대화할 수 있는 최적의 통로는 사모대출과 인프라 투자"라고 평가했다. 북미 지역의 또 다른 국부펀드 역시 향후 5년 내에 사모대출 포트폴리오를 현재의 두 배 수준으로 확대하겠다는 계획을 구체화했다.
다만 급성장 중인 사모대출 시장에 대한 경계의 목소리도 나온다. 블루아울, 아폴로, 에이리스, 블랙록, 블랙스톤 등 주요 대형 사모대출 펀드 운용사들이 최근 환매 요청 급증으로 인해 자금 인출을 일시 제한하는 등 잠재적 유동성 리스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흔들리는 달러 위상. 사진=AP/연합뉴스
미국의 국가 부채 급증에 따른 달러화 위상 저하 우려도 갈수록 깊어지고 있다. 설문에 응한 중앙은행 중 61퍼센트는 미국의 막대한 부채 수준이 달러화의 장기 기축통화 지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친다고 답했다. 이는 2024년 기록한 20퍼센트와 비교해 세 배 이상 급증한 수치다.
또한, 응답자의 29퍼센트는 5년 후 달러의 기축통화 지위가 지금보다 약화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역시 2022년의 12퍼센트 대비 두 배 이상 증가한 수치다. 이에 대응해 일부 중앙은행은 미국 내 수탁기관, 거래 상대방, 청산 시스템 등 미국 금융 인프라에 대한 의존도를 전면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달러화의 불안정성이 가중되면서 대체 안전자산인 금의 몸값은 더욱 높아지는 추세다. 이번 조사에서 중앙은행 응답자의 3분의 1 이상이 향후 3년 동안 금 보유 비중을 지속적으로 늘려나갈 것이라고 답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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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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