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대통령. 사진=A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16일(현지시간) 내린 한미 연합훈련 축소 지시를 두고,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의 대화 재개를 겨냥한 제스처라는 미국 전문가들의 분석이 나왔다.
다만 북한이 실제로 대화에 나설지는 불투명하며, 설사 북미 대화가 재개되더라도 한국의 입지는 좁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함께 제기됐다.
로버트 랩슨 전 주한미국대사대리는 연합뉴스의 서면 질의에 "정확한 계기를 알기는 어렵지만, 김정은 위원장과의 대화를 재개하기 위한 일종의 제스처일 가능성이 크다"고 답했다.
그는 두 정상이 마지막으로 만난 지 7년이 지났고 트럼프 대통령이 그간 대화 재개 의지를 밝혀 왔다는 점을 언급하며 "김 위원장이 여기에 응답할지, 응답한다면 언제 어떤 방식일지가 매우 흥미로운 관전 포인트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언이 한반도 종전을 위한 당사자 간 논의를 촉구해온 이재명 대통령의 제안과도 맞닿아 있다면서도, "이 대통령과 그의 팀이 트럼프 대통령의 대북 구상을 촉진하거나 나아가 주도할 수 있을지는 큰 의문"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이 대통령은 광복절 경축사에서 "오래된 전쟁을 끝내기 위한 당사자들 간의 논의를 시작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다만 이때 언급한 '당사자'가 남·북·미를 가리키는 것인지 등 대화 주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는 않았다.
지난 2019년 판문점서 만난 북미 정상. 사진=연합뉴스
랩슨 전 대사대리는 "한국으로서는 변덕스러운 트럼프 대통령의 보조를 맞추는 것 자체가 만만치 않은 과제일 것"이라며 "2018년 북미 대화 당시에도 한국의 참여가 당연시되지는 않았고, 이번에도 한국이 협상에서 밀려나거나 아예 배제되더라도 김 위원장은 개의치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패트릭 크로닌 허드슨연구소 아태지역 안보 의장은 서면 질의에서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과의 정상외교를 한 번 더 추진하는 데 관심이 있다는 사실을 굳이 숨기지 않아 왔다"면서도 "미국은 일관된 외교 전략이 부족하고, 북한 역시 진지한 외교에 나설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고 진단했다.
에마 챈릿-에이버리 아시아소사이어티 정치·안보 국장은 언론 논평에서 트럼프 대통령의 이번 발표가 첫 임기 때 마무리 짓지 못한 김 위원장과의 직접 외교로 복귀하려는 시도로 풀이된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최근 몇 년 사이 영향력을 한층 키운 김 위원장이 정작 트럼프 대통령과의 협상에는 별다른 의지를 보이지 않는다는 점을 변수로 짚었다.
연합훈련 축소가 대북 억지력과 대비 태세에 미칠 영향을 두고는 전문가들의 시각이 엇갈렸다. 크로닌 의장은 핵심 동맹 연합훈련을 약화하는 결정이 김 위원장의 셈법을 바꾸지 못한 채 억지력과 대비 태세만 훼손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대화 자체는 바람직하지만 협상은 힘의 우위를 바탕으로 이뤄져야 한다"며 "약한 모습을 보였다고 해서 김 위원장이 보상해줄 것이라고 기대해서는 안 된다"고 힘줘 말했다.
챈릿-에이버리 국장은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을 '위협적이지 않은 국가'로 표현한 대목을 문제 삼았다. 북한이 핵·미사일 능력을 꾸준히 고도화하고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지원해온 만큼, 이런 발언이 "동맹국들에는 우려스러운 대목"이라고 짚었다.
랩슨 전 대사대리는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로 17∼27일 진행되는 한미 연합훈련을 지금 시점에 대폭 축소하기에는 시기적으로 이미 늦었다며 "동맹 전반의 대비 태세에 미치는 영향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아울러 2018년 싱가포르 회담 이후 트럼프 대통령이 연합훈련을 취소·축소했던 전례를 들어 "당시에도 대비 태세에 미친 영향은 상대적으로 미미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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