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 전력 최저 요구량 턱밑... 발전사 최대 출력 가동 긴급 지시
올여름 미 가구 평균 냉방비 10.5% 증가 전망... 원전도 일부 출력 감축
AI 전력 수요·가뭄·산불 겹쳐 '블랙아웃' 공포 전역 확산
미국 애리조나주에서 에어컨 실외기를 설치하는 설치 기사들. 사진=AP/연합뉴스
미국 전역에 강력한 열돔 현상과 기록적인 폭염이 발생하면서 전력 수급에 비상이 걸렸다.
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과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역에서 열돔 현상이 지속되는 가운데, 이번 주에는 동부 지역을 중심으로 위험 수준의 폭염과 높은 습도가 이어졌다.
이날 뉴욕와 워싱턴DC 등의 낮 최고기온은 섭씨 38도(화씨 100도) 안팎까지 올랐다. 미국 국립기상청(NWS)은 습도를 반영한 체감 온도가 최고 섭씨 40.6도에서 46.1도(화씨 105~115도)에 달했다고 발표했다.
폭염으로 인한 냉방 수요 급증으로 미국 최대 전력망 운영사인 PJM 인터커넥션의 전력 수요는 이날 저녁 기준 163기가와트(GW)에 육박했다. 이는 2006년 기록한 역대 최고치인 165.6GW에 근접한 수치다.
미국 워싱턴DC 제2차 세계대전 기념비 분수대에서 더위를 식히는 시민들. 사진=EPA/연합뉴스
수요가 폭증하면서 이날 오전 22GW였던 예비 전력은 저녁 무렵 약 5GW로 80% 가까이 급감했다. 이는 전력망 유지에 필요한 최저 필수 요구량인 3.2GW에 근접한 수준이다.
이에 따라 PJM은 대규모 순환 정전 등 최악의 사태를 막기 위해 발전사들에 최대 출력 가동 및 유휴 발전소 즉각 기동을 지시하는 비상 조치를 단행했다. 다만 인위적인 전압 강하나 고객 대상 강제 단전 조치 단계까지는 이르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대신 PJM 관내의 데이터센터들에는 전력망 사용을 중단하고 디젤 발전기, 천연가스 장치, 배터리 등 자체 비상 발전기를 가동할 것을 통보했다. 뉴욕의 에너지 공급사인 콘솔리데이티드 에디슨은 브롱크스 리버데일 일부 지역 고객의 전력 공급을 일시적으로 차단했다. 텍사스 전력망을 관리하는 전기신뢰성위원회(ERCOT) 역시 갑작스러운 수요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전력망을 보수적으로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가정에 설치된 에어컨. 사진=로이터/연합뉴스
전력 수급 불안정으로 도매 전력 가격은 폭등했다. 매사추세츠주 동북부의 피크 시간대 전력 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424.64달러로 하루 만에 244% 급등했다. PJM의 지표가 되는 웨스턴 허브 권역의 피크 가격도 150% 상승한 479.27달러를 기록해 지난 1월 이후 최고치를 경신했다. 특히 데이터센터가 밀집한 버지니아주 북부 도미니언 구역의 실시간 전력 가격은 메가와트시당 250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일반 가계의 냉방비 부담도 커지고 있다. 전국에너지지원책임자협회(NEADA)는 미국 가정의 올여름(6~9월) 평균 냉방 비용이 지난해 717달러에서 올해 792달러로 약 10.5%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폭염 여파로 원자력 발전소도 영향을 받았다. 남동부 지역 전력회사 서던컴퍼니는 송전선로 과열 우려로 전력망 운영업체로부터 조지아주 보글 원전 1·3호기의 출력을 감축해 달라는 요청을 받았다. 보글 원전 3호기는 정상 출력 상태로 복귀했으나, 1호기는 여전히 출력이 감축된 채 68% 용량으로 가동 중이며 정상 복귀 시점은 미정이다.
북미전력계통신뢰도협회(NERC) 관계자는 이번 사태에 대해 폭염과 더불어 인공지능(AI) 관련 전력 수요 급증, 가뭄으로 인한 수력 발전량 감소, 산불 등이 복합적으로 얽혀 전력 부문이 전례 없는 초복합적 위험 환경에 직면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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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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