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명 정부, 쿠팡 표적 삼아"…미 백악관·하원 전방위 파상 공세
연준 이사는 팔았는데 트럼프는 고수…한국 규제가 트럼프 자산 흔드는 구조
"중국 정보 유출 심각한데"…쿠팡 입장만 수용하는 미국에 한국 정부 고심
트럼프 미국 대통령. 사진=워싱턴 AFP/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투자계좌를 통해 한국의 이커머스 기업 쿠팡 주식을 보유하고 거래해 온 사실이 최근 공개된 재산 신고를 통해 확인됐다. 이는 쿠팡의 전방위 로비 활동뿐만 아니라, 미 행정부 핵심 인사들과 쿠팡 간의 긴밀한 이해관계망이 형성되어 있음을 보여주는 지표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윤리청(OGE)이 최근 공개한 트럼프 대통령의 재산신고 자료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5월까지 총 18차례에 걸쳐 쿠팡 주식을 매입 또는 매도했다.
지난해 22억 달러(약 3조 4천억 원)의 소득을 올린 트럼프 대통령의 전체 자산 포트폴리오에서 쿠팡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미미한 수준이다. 트럼프 대통령 측 역시 구체적인 투자 결정에 일절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을 고수해 왔다.
그러나 양국 간 통상 갈등의 중심에 선 기업의 주식이 국정 최고지도자의 자산 포트폴리오와 거래 내역에 포함되었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한국 정부에는 적지 않은 부담이다. 쿠팡에 대한 한국 정부의 규제 조치가 주가 변동을 유발하고, 이것이 트럼프 대통령의 개인 자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면 간접적인 이해충돌 우려를 피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제이미슨 그리어 미 무역대표. 사진=EPA/연합뉴스
실제로 과거 케빈 워시 연방준비제도(Fed) 이사는 개별 주식 보유를 금지하는 연준 윤리 규정에 따라 보유 중이던 쿠팡 주식 10만여 주를 전량 매각한 바 있다. 연준 윤리 규정의 강제성과 대통령의 권고사항(백지신탁 관례) 간 제도적 차이는 있으나, 최고 의사결정권자로서 도덕적 책무 면에서 대비를 피하기 어렵다. 반면 트럼프 대통령은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자산을 처분하거나 백지신탁하는 역대 미국 대통령들의 관례를 따르지 않고 있다.
이와 함께 트럼프 행정부의 통상 및 외교 분야 핵심 인사들이 쿠팡으로부터 자문료 등 보수를 받은 사실도 대거 드러났다.
미국 무역협상을 총괄하는 제이미슨 그리어 무역대표부(USTR) 대표는 로펌 파트너로 재직하던 2024년 5월 쿠팡으로부터 1만 달러의 강연 및 자문 사례금을 받았다. 비록 금액 자체는 크지 않으나, 무역협상을 총괄하는 수장이 취임 직전 이해관계당사자로부터 사적 대가를 받았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공정성 시비와 상징적 타격은 피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그리어 대표의 소관 업무가 외국 정부의 비관세 장벽 해소 및 시정 압박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쿠팡의 이해관계와 업무적 연관성이 매우 높은 인물이다.
앨리슨 후커 미 국무부 차관. 사진=연합뉴스
한미 정상 간 안보 합의 이행을 조율하는 앨리슨 후커 국무부 정무차관 역시 취임 전 쿠팡에 컨설팅 서비스를 제공하고 보수를 받았다. 후커 차관이 선임 부회장으로 재직했던 아메리칸글로벌전략(AGS)의 로버트 오브라이언 회장(전 트럼프 1기 국가안보보좌관)은 한국 국회의 쿠팡 규제 움직임을 공개적으로 비판해 왔는데, 이는 단순한 외교 안보 전문가의 논평을 넘어 그가 이끄는 컨설팅 펌(AGS)과 쿠팡 간의 긴밀한 금전적 계약에 기반한 조직적 비호 활동일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미 행정부 고위 요인들과 쿠팡의 이 같은 유착 관계는 최근 미국 정관계가 한국 정부를 향해 쏟아내는 강경 발언의 배경을 설명해 준다.
미 연방 하원 법사위원회는 지난 1일 '경쟁 차단: 미국인 소유 기업에 대한 한국의 차별적 공격'이라는 제목의 35쪽 분량 잠정 보고서를 통해 한국 정부가 쿠팡을 차별대우하고 있다는 인식을 여과 없이 드러냈다. 이어 백악관 당국자 또한 언론 질의에서 "이재명 정부가 쿠팡을 표적 삼아 차별하고 있다"며 깊은 우려를 표명했다.
한국 정부는 쿠팡의 중국발 개인정보 유출 우려 등 사안의 심각성을 미국 측이 인지하지 못한 채, 자국 기업의 일방적 주장만을 수용하고 있다고 판단한다. 한국 정부는 국내 플랫폼 규제안이 상호주의 원칙과 소비자 주권 보호라는 보편적 기준에 기반한 정당한 법적·제도적 조치임을 적극 강조하며 미국의 압박이 무리하다는 점을 피력하고 있다.
쿠팡은 올해 1분기시에만 미국 정관계를 대상으로 109만 달러(약 17억 원)의 로비 자금을 지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로비 대상에는 연방 의회뿐만 아니라 국무부, 재무부, 상무부, 무역대표부 등 핵심 정부 기관이 대거 포함됐다.
이러한 로비망과 인적 네트워크를 감안할 때 미국의 통상 압박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 이에 따라 한국 정부와 국회도 정교하고 체계적인 대미 설득 전략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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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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