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샐러리맨·효자상품도 성차별"…생활 속 성중립 용어는?
'유모차'를 '유아차'로, '모회사'를 '지배회사'로…언어 개선 노력
우리 사회에서 '성중립 용어'를 둘러싼 논의가 최근 다시 불붙었다. 발단은 서울시 시립청소년성문화센터가 추진한 '표준 운영 매뉴얼' 개정이었다. 해당 매뉴얼에 '연애'를 '이성교제'로, '포궁'을 '자궁'으로 바꿔 쓰라는 지침이 포함되면서 쟁점으로 떠올랐다.
성평등언어(CG) (사진= 연합뉴스TV 제공)
이는 성별 고정관념을 탈피하고 포용적인 언어를 사용하려는 시도가 계속되는 가운데, 이에 대한 반발 역시 만만치 않음을 보여주는 사례다.
이와 유사한 논란은 2012년에도 있었다. 당시 국립국어원은 "이성애 중심적 언어가 성 소수자를 차별한다"는 제안을 받아들여, 표준국어대사전에서 '사랑'의 정의를 '남녀'가 아닌 '어떤 상대'의 매력에 끌리는 마음으로 변경했다. 그러나 종교계를 중심으로 항의가 잇따르자 2년 만에 '사랑'의 주체를 다시 '남녀'로 되돌려 놓았다.
성중립 용어란 특정 성별을 지칭하지 않거나 성별 고정관념을 배제해 모든 사람이 불편함 없이 받아들일 수 있도록 한 언어를 말한다. 국립국어원의 연구에 따르면, 성차별적 언어는 크게 네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 한 성이 전체를 대표하는 경우다. '샐러리맨'이나 '효자상품'처럼 남성형이 남녀를 모두 포괄하거나, '자매결연'이나 '모교'처럼 여성형이 전체를 아우르는 표현이 이에 속한다.
둘째, 성별을 불필요하게 강조하는 경우다. 직업명 앞에 '여'를 붙여 '여배우', '여성과학자'라고 하거나, '청일점', '남자 리듬체조선수' 등과 같이 굳이 성별을 명시하는 경우다.
셋째, 성별 고정관념을 드러내는 경우다. '터프가이'나 '처가', '새댁'처럼 성별에 따라 기대하는 고정관념적 속성을 강조하는 표현들이 포함된다.
넷째, 특정 성을 비하하는 경우다. '된장녀', '쩍벌남' 등 특정 성별에 대한 부정적 편견을 담은 표현들이 이 유형에 해당한다.
2025 서울 유아차 런 (사진= 연합뉴스)
이처럼 성차별적 언어들을 고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여러 제안들이 제시됐다. 서울시 여성가족재단이 발표한 개선안에는 '여배우'를 '배우'로, '여자고등학교'를 '고등학교'로 바꾸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는 남성형이 언어의 기본이 되는 관행에서 벗어나기 위한 취지다.
또한, 태아가 성장하는 기관인 자궁(子宮)의 한자에 '아들 자(子)'가 들어가는 점을 들어, 대신 '세포를 품은 집'을 의미하는 '포궁(胞宮)'을 사용하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법률 분야에서도 성중립 용어 사용 움직임이 있었다. 한국법제연구원은 '모회사'와 '자회사'가 특정 성별이 두드러지는 표현이라며, 각각 '지배회사', '종속회사'로 바꾸자고 했다. 또한 아이를 태우는 '유모차'는 육아가 여성만의 일이라는 오해를 줄 수 있어 '유아차'로, 결혼을 하지 않은 상태를 이르는 '미혼' 대신 '비혼'이나 '일인생활'과 같은 중립적 표현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우리 사회는 특정 성별에 대한 편견과 고정관념을 배제하고, 모두가 편하게 사용할 수 있는 언어를 찾기 위해 지속적으로 고민하고 있다.
– 저작권자 ⓒ 국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우창
기자
-
10·15 부동산發 후폭풍…민주당, 민심과 선거 사이 '숨고르기'
-
500조 '투자 청구서' 내민 美… 韓 외환시장 '흔들'
-
미얀마 국경에 세워진 '2조 원대 범죄 제국'의 실체
-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주춤', 민주당은 '출범 첫 30%대' 쇼크
-
언론 자유의 암흑기…미 국방부 보도 통제에 기자단 집단행동으로 맞서다
-
이재명 대통령, 스웨덴 왕세녀와 미래 협력 논의
-
'범죄 소굴' 된 캄보디아…정부, 교민 구출 '합동 대응팀' 급파
-
파월의 '피벗' 선언…금리 인하 넘어 양적긴축 중단까지
-
혈세 41억은 퇴역 장성 쌈짓돈?…국방과학연구소 '그들만의 리그'
-
미중, '관세 폭탄' 주고받으면서도 대화 문은 '활짝'
-
"국가도 가해자였다"…'MB 블랙리스트' 법원의 재평가
이명박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이 작성한 '블랙리스트'에 오른 문화예술인들에게 국가와 이명박 전 대통령, 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항소심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민사27-2부는 17일, 배우 문성근 씨 등 36명이 제기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에서 "대한민국은 이명박, 원세훈(전 국정원장)과 공동해 원고들에게 각 500만원을
-
야스쿠니 앞에 멈춘 다카이치, 총리직 향한 '전략적 보류'
" 차기 총리 주자로 꼽히는 다카이치 사나에 자민당 총재가 17일 시작된 야스쿠니 신사 추계 예대제에 참배하지 않았다. 총리 선출 시 외교적 영향을 고려한 판단으로 보이며, 다카이치 총재는 참배 대신 공물(다마구시) 대금을 사비로 봉납했다. 그는 각료 시절부터 참배를 이어온 대표적인 극우 성향 정치인이지만, 총리직을 염두에 둔 듯 최근에는 신중한 태도를
-
한지붕 두 회사, 국가유산청 '특혜 계약' 독식 논란
국가유산청이 사실상 한 업체가 운영하는 회사 두 곳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그중 한 곳을 여성기업으로 위장해 계약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현진 의원은 16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2020년부터 5년간 디자인 업체 D사와 S사와 총 30건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 중 S사는
-
'김치 발효 방해꾼'의 반전…알고 보니 숨은 조력자는 '바이러스'였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그동안 발효식품의 문제점으로만 여겨졌던 박테리오파지가 김치 발효 과정에서는 오히려 유익한 미생물의 생존을 돕는 '조력자'임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로, 그동안 발효를 일으키는 유익균(종균)의 성장을 방해해 발효 실패의 주범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박테리오파지가 특정 미생물만
-
'북방정책' 33년 만의 재현…노태우 아들, 아버지 이어 주중대사로
이재명 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60)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임명됐다. 외교부는 16일 노 이사장을 주중대사로 공식 임명했다. 이로써 지난 1월 정재호 전임 대사 이임 후 약 9개월간 공석이었던 주중대사직이 채워졌다. 노 신임 대사의 발탁 배경에는 부친 노 전 대통령이 1992년 한중 수교를 이끈 '북방정책'의 상징성이
-
송도 '전력 대란', 첨단기업 투자 길목 막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의 전력 인프라 부족 문제가 한계에 부딪히며, 기업 투자 유치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7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송도국제도시에 접수된 전력 공급 신청 25건 중 14건(56%)이 불허됐다. 특히 바이오·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핵심인
-
대두 전쟁: 밥상 위로 번진 미-중 패권 다툼
미국과 중국 간 '대두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적대행위'로 규정하며 보복성 제재를 경고했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미국 농업계의 불만이 있다. 특히 수확철을 맞아 중국이라는 거대 판로를 잃은 대두 농가의 타격이 크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
구멍 뚫린 세원, 불법 단말기가 삼킨 세금 441억
최근 3년간 미등록 결제대행(PG) 업체의 불법 결제 단말기를 이용한 탈세액이 44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수영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관련 적발 건수는 총 4,371건으로 집계됐다. 탈세 규모는 2022년 30억 원(288건)에서 2023년 177억
-
동족을 노리는 검은 손... 캄보디아발 '취업 사기'의 실체
최근 캄보디아를 근거지로 한 한국인 대상 투자 사기 및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범죄에 필요한 한국인 조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납치와 감금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 서부경찰서 오영훈 수사과장은 캄보디아 현지 탐문 수사 결과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현재 경찰이 추적 중인 한 투자 리딩 사기 조직은
-
21조원 비트코인 몰수…미·영, '北 자금 세탁' 연루된 캄보디아 사기 제국 정조준
미국과 영국 정부가 캄보디아 등지를 거점으로 인신매매와 금융 사기를 자행해온 국제 범죄 조직을 제재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 사기와 인신매매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취한 '프린스 그룹'(Prince Group)과 그 회장 천즈를 핵심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미 재무부는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지정하고
국일일보 © 국일일보 All rights reserved.
국일일보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