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유작 '여성과 전쟁', 소설 대신 현실을 기록한 그녀의 마지막 발자취
소설가 빅토리아 아멜리나의 생전 모습 (사진= 파초 제공)
빅토리아 아멜리나는 더 이상 소설을 쓸 수 없었다. 2022년 2월 24일, 러시아의 침공 소식을 들은 순간, 그녀의 삶은 극적인 전환점을 맞았다. 조지프 콘래드 문학상을 수상하며 촉망받는 작가였던 그녀는 펜을 내려놓고 카메라와 노트북을 들었다.
허구가 아닌 현실, 아름다운 문장이 아닌 참혹한 진실을 기록하기로 결심한 것이다. 그녀는 "피해자와 영웅뿐만 아니라 살인자에게도 이름을 주기 위해" 전선에 뛰어들었다. 아멜리나의 마지막 발걸음이 담긴 유작 **'여성과 전쟁'(파초)**은 그렇게 태어났다.
이 책은 아멜리나가 NGO '트루스하운드'에서 훈련을 받고 전쟁 피해자들을 만나는 과정을 담은 한 편의 논픽션이다. 책은 두 개의 시선을 교차하며 전쟁의 민낯을 파헤친다. 하나는 전쟁 발발 직전, 이집트 여행에서 초조하게 귀국길에 오르는 자신과, 전쟁터에서 직접 보고 느낀 생생한 감정들이다. 다른 하나는 각자의 삶을 살아가다 전쟁의 소용돌이에 휩쓸린 우크라이나 여성들의 용기 있는 이야기다.
책 속에는 전쟁에 맞선 평범한 여성들의 이야기가 가득하다. 법정에서 인권을 위해 싸우던 변호사에서 드론 조종사가 된 예우헤니아 자크레우스카, 2014년 러시아군에게 끔찍한 고문을 당하고도 60세에 다시 군에 입대한 이리나 도우한, 전쟁 범죄 조사를 하다 지뢰 제거에 나선 '카사노바' 등, 그녀가 만난 수많은 여성들의 목소리는 전쟁의 공포를 이겨낸 인간의 강인함을 보여준다.
'여성과 전쟁' 표지 이미지 (사진= 파초 제공)
이 책은 안타깝게도 미완성 상태로 세상에 나왔다. 2023년 6월 27일, 아멜리나는 러시아의 미사일 공격으로 인해 중상을 입고 결국 사망했다. 편집자는 원고가 예상 분량의 60%에 불과했으며 대부분 다듬어지지 않은 상태였다고 고백했다.
하지만 그들은 작가가 남긴 날것 그대로의 기록을 통해 그녀의 진정한 의지를 전하고자 했다. "나는 더 이상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심지어 내가 글에서 묘사하는 모든 여성이 내 장례식에 모이는 상상을 하기도 한다." 책의 마지막에 남겨진 이 문장은 한 작가가 소설보다 더 치열한 현실을 택했던 이유를 보여주는 듯하다.
빅토리아 아멜리나는 자신을 기록자라 칭하며 전쟁의 비극 속에서 빛을 잃지 않는 인간의 존엄을 담고자 했다. '여성과 전쟁'은 짧은 삶을 마친 그녀가 남긴 가장 강력한 증언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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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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