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김정은 도청' 시도 중 민간인 사살... NYT, "트럼프 행정부, 의회 보고 누락"
미 해군 특수부대의 훈련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미 국방부 제공)
2019년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시절, 오사마 빈라덴 사살 작전으로 명성을 떨친 미 해군 최정예 특수부대 '네이비실 팀6'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 대한 도청 장치 설치를 위해 북한에 비밀리에 침투했다가 북한 민간인 다수를 사살하고 긴급 탈출한 사실이 뉴욕타임스(NYT)의 보도를 통해 드러났다.
핵보유국과의 군사 충돌 가능성까지 내포했던 이 극비 작전은 예상치 못한 변수로 처참한 실패로 끝났으며, 당시 의회 보고조차 누락된 것으로 밝혀져 파장이 예상된다.
'빈라덴 사살 부대' 투입된 극비 임무
미국 유력지 뉴욕타임스(NYT)는 5일(현지시간), 그동안 철저히 비밀에 부쳐졌던 미 해군 특수부대 '네이비실 팀6'의 2019년 대북 침투 작전이 예상치 못한 민간인과의 조우 및 사살로 인해 실패로 돌아갔다고 상세히 보도했다. 이 작전은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던 미묘한 시점에 김 위원장의 의도를 정확히 파악하려는 목적으로 추진됐다.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는 2018년 북한과 역사적인 정상회담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북한 지도부의 속내를 파악할 정보의 필요성을 절감했다. 이에 따라 미 정보 당국은 새로 개발한 고성능 도청 장치를 북한 내부에 직접 설치하기로 결정했다.
이 중차대한 임무는 2011년 알카에다 수장 오사마 빈라덴을 사살하며 세계 최강의 명성을 얻은 해군 특수부대 실 팀6 내에서도 가장 정예로 꼽히는 '레드 대대(Red Squadron)'에 맡겨졌다. 작전의 핵심은 완전한 은밀함이었다.
만일 임무 수행 중 북한군에 발각될 경우, 이는 핵무기로 무장한 적대국과의 전면적인 무력 충돌로 비화할 수 있는 극도로 위험한 상황이었다.
실 팀6는 과거 2005년 조지 W. 부시 행정부 시절, 소형 잠수함을 이용해 북한에 성공적으로 침투했다가 발각되지 않고 복귀한 전력이 있었다. 이 성공 경험은 2019년 작전 추진의 중요한 자신감으로 작용했다.
미 특수부대 네이비실의 잠수정.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미 국방부 제공)
첨단 장비와 혹독한 조건, 그러나 '깜깜이 작전'
작전 계획은 원자력 추진 잠수함으로 북한 수역 깊숙이 접근한 뒤, 범고래 크기의 소형 잠수정 2척으로 갈아타 해안에 침투하는 것이었다. 약 8명의 대원들은 섭씨 4도에 불과한 차가운 겨울 바닷속에서 열선이 내장된 특수 잠수복과 스쿠버 장비에 의지한 채 2시간가량을 이동해야 했다.
하지만 이들에게는 치명적인 제약이 따랐다. 통상 특수작전 시 상공에 드론을 띄워 고화질 영상을 실시간으로 확보하지만, 북한의 삼엄한 방공망 때문에 드론 사용은 불가능했다. 작전은 수 분의 시차가 발생하는 위성사진과 원거리 정찰기 정보에만 의존해야 했고, 암호화된 통신조차 발각될 위험이 있어 사실상 '통신 두절' 상태로 임무를 수행해야만 했다.
대원들은 미국 수역에서 수개월간의 혹독한 훈련을 거쳐 2019년 초 작전 준비를 마쳤다. 트럼프 대통령이 2019년 2월 하노이에서 김 위원장과 2차 정상회담을 발표한 직후, 작전 개시 최종 승인이 떨어졌다.
미 해군 특수부대의 훈련 모습. 사진은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사진= 미 국방부 제공)
연이은 실수와 비극적 조우
원자력 잠수함에서 분리된 소형 잠수정 2척은 칠흑 같은 어둠과 고요한 바다를 가르며 목표 지점에서 약 91m 떨어진 곳까지 접근했다. 정보 당국은 수개월간의 관찰을 통해 어선 활동이 가장 뜸한 시간대를 특정했고, 모든 것이 계획대로 순조로워 보였다.
그러나 첫 번째 실수가 발생했다. 소형 잠수정 한 척이 정박 지점을 지나치는 바람에 유턴을 해야 했고, 이 과정에서 두 잠수정이 서로 반대 방향을 바라보게 정박됐다. 시간이 촉박했던 팀은 이 문제를 나중에 해결하기로 하고 해안 침투를 강행했다.
추적이 불가능한 특수 무기로 무장한 대원들이 해안을 향해 은밀히 이동하던 중, 두 번째 실수가 이어졌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어둠 속에서 조개 채취를 하던 북한인들의 작은 보트가 있었으나, 실 팀의 야간투시경은 바닷물에 체온을 빼앗긴 잠수복 차림의 북한인들을 감지하지 못했다.
해안에 도착해 잠수 장비를 벗던 그때, 잠수정에 남아있던 조종사들이 방향을 바로잡기 위해 전기 모터를 가동했다. NYT는 일부 대원의 증언을 인용해, 이때 발생한 물결이나 열린 조종석에서 새어 나온 미세한 빛이 북한 어부들의 주의를 끌었을 수 있다고 추정했다.
결국 북한 보트가 소형 잠수정 쪽으로 접근하기 시작했다. 정체를 알 수 없는 보트의 접근에 해안의 팀원들과 잠수정의 조종사들은 극도의 긴장감에 휩싸였다. 통신 두절 상태에서 서로 소통할 방법은 없었다.
민간인 사살과 잔혹한 은폐, 그리고 탈출
북한 보트에서 한 남자가 바다로 뛰어드는 순간, 선임 팀원이 소총을 발사했고 다른 대원들도 본능적으로 사격을 개시했다. '누군가와 마주치면 즉시 임무를 포기한다'는 교전 규칙에 따라 작전은 중단됐다.
해안팀은 보트로 접근해 북한인 전원의 사망을 확인했다. 보트에서는 총기나 군복 등 군인임을 입증할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으며, 이는 이들이 조개류를 채취하던 민간인임을 시사했다. 실 팀은 시신을 은폐하기 위해 물속으로 가라앉혔고, 한 당국자는 시신이 떠오르지 않도록 폐를 칼로 찔렀다고 증언했다.
구조 신호를 보낸 실 팀은 포획 위험을 무릅쓰고 해안까지 접근한 원자력 잠수함에 의해 구출됐고, 전원 무사히 작전 지역을 빠져나왔다. 그 직후, 미 정찰위성은 해당 지역에서 북한군의 활동이 급증한 것을 포착했다. 그러나 북한은 이 사건에 대해 어떠한 공식 입장도 내놓지 않았다.
2019년 2월 하노이서 만난 김정은과 트럼프 (사진= 조선중앙통신 연합뉴스)
의회 보고 누락과 바이든 행정부의 재조사
트럼프 행정부는 이 작전과 실패 사실을 군사 및 정보 당국을 감독하는 의회 상임위원회에 보고하지 않았으며, NYT는 이것이 연방법 위반일 수 있다는 전문가의 견해를 덧붙였다.
당시 행정부는 자체 조사를 통해 "교전 규칙상 정당한 사살이었으며, 예측 불가능한 상황으로 인해 임무가 실패했다"고 결론 내리고, 작전 참여자 다수는 이후 진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2021년 조 바이든 행정부가 출범한 뒤, 이 작전의 중대성을 고려한 재조사가 이루어졌다.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의 지시에 따른 독자적인 조사가 진행되었고, 2021년 의회 주요 인사들에게 결과가 브리핑되었으나 그 내용은 여전히 기밀로 분류되어 있다.
이 사건은 최정예 부대의 명성에 가려진 위험하고 무모한 작전의 이면과 그 실패가 어떻게 은폐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로 남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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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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