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악한 환경, 면회도 어려워"… 가족들 애타는 호소 속 석방 협상 진행
6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수감돼 있는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사진= 포크스턴<美조지아주(州)> 연합뉴스)
지난 4일(현지시간) 미국 조지아주 현대차그룹-LG에너지솔루션 합작 배터리 공장 건설 현장에서 불법 근로 혐의로 한국인 직원 300여 명이 무더기로 체포된 가운데, 조속한 석방을 위한 현지 기업과 정부의 노력이 긴박하게 이어지고 있다.
토요일인 6일 오후, 체포된 직원 대부분이 구금된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미 이민세관단속국(ICE) 산하 디레이 제임스 교정시설(D.Ray James Correction Facility)에는 관련 한국 기업 관계자들과 변호인들의 발길이 쉴 새 없이 이어졌다. 이곳은 공장 건설 현장이 위치한 브라이언 카운티에서 차량으로 약 2시간 떨어진 곳으로, 약 170km 거리에 있다.
앞서 ICE가 공개한 영상에 따르면, 당시 체포된 475명의 인원은 손과 발에 체인이 감긴 채 버스에 탑승하여 이곳으로 이송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낮은 건물 여러 동이 줄지어 선 시설은 삼엄한 경비와 함께 건물 주변을 빈틈없이 둘러싼 철조망으로 인해 외부와 철저히 격리된 인상을 주며 긴장감을 자아냈다. 시설 주변에는 상업 시설 없이 녹지와 도로뿐이었고, 순찰하는 경찰차가 오가며 적막하고 무거운 분위기를 더했다.
◇ "열악한 환경 속 구금"… B1·B2, ESTA 비자가 대부분
이날 시설을 찾은 LG에너지솔루션 협력사의 한 관계자는 익명을 전제로 "구금된 직원 한 명과 오전에 통화가 됐다"며 내부 상황을 전했다. 그는 "외부에서 전화를 걸 수는 없지만, 내부에서는 허가 후 통화가 가능한 것으로 보인다"면서 "직원 말로는 식사와 샤워는 제공되지만 환경이 매우 열악하다고 들었다. 현재 수갑은 차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구금된 한국인 직원 대부분은 단기 방문 비자인 B1·B2나 비자 면제 프로그램인 전자여행허가제(ESTA)로 입국한 것으로 파악됐다. 현행 미국법상 이 비자들로는 취업 활동이 불가능해 불법 근로로 간주된다.
각 협력사는 회사 차원에서 현지 변호사를 고용해 직원들의 신속한 석방을 위한 법적 절차를 모색하고 있었다. 이 관계자는 "직원들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즉각적인 추방에 동의하거나, 이민법원 재판을 통해 이의를 제기하는 것"이라며 "시간과 비용, 그리고 개인의 의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최선의 방향을 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협력사 관계자들 역시 시설을 방문했으나, 구금된 직원과의 면회에는 어려움을 겪었다. 한 직원은 "ICE가 부여하는 외국인 번호인 'A넘버(A-Number)'가 일부 직원에게만 발급되고, 아직 번호가 없는 직원들이 많아 면회를 하지 못하고 발길을 돌려야 했다"고 현장 상황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6일(현지시간) 미국 당국의 이민단속으로 체포된 현대차-LG엔솔 배터리공장 건설 현장 직원들이 구금돼 있는 조지아주 포크스턴의 이민세관단속국(ICE) 구금시설. (사진= 포크스턴<美조지아주(州)> 연합뉴스)
◇ 예외 없던 단속… 영주권자 가족의 호소
이번 단속에서는 한국인뿐만 아니라 현지 합법 체류자까지 구금된 사례도 확인되었다. 콜롬비아 출신으로 영주권을 소지한 남편이 구금되었다는 마리아 토레즈(35) 씨는 "남편은 LG 협력사 매니저로 두 달 전부터 일했으며, 사우스캐롤라이나에서 매일 출퇴근했다"고 말했다. 그녀는 "얼굴이라도 볼 수 있을까 싶어 찾아왔지만, 아직 면담이 허용되지 않아 만나지 못했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토레즈 씨는 영주권자인 남편이 어떤 혐의로 구금되었는지 알 수 없는 상황에 대해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그녀는 "전날 남편과 통화했을 때, 구금이 길어질 것을 우려해 차라리 추방을 원한다고 당국에 요청했지만, 영주권자 신분이라 이민 법원의 판단을 기다려야 한다는 답변을 들었다고 한다"며 "남편의 재판일은 9월 30일로 잡혔다"고 전했다.
세 자녀의 어머니인 그녀는 "아이들에게는 상황이 확실해질 때까지 아빠의 일을 이야기하지 않을 것"이라며 "모두의 기도가 절실하다"고 눈물을 글썽였다.
◇ 한국 정부, 현장대책반 급파… "수요일까지 전원 귀국 목표로 협상 중"
사태의 심각성을 인지한 한국 정부도 발 빠르게 대응에 나섰다. 외교부는 구금된 우리 국민 300여 명의 건강 상태와 현황을 파악하기 위해 6일 오전부터 영사 면담을 시작했다. 또한, 조기중 워싱턴 총영사를 반장으로 하는 현장대책반을 인근 도시 서배너에 설치하여 현장 대응 체계를 강화했다.
구금 사태가 장기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도, 조기 해결의 실마리가 보인다는 긍정적인 전망이 제기됐다. 이날 ICE 당국자와의 면담을 마치고 나온 현지 이민 전문 최영돈 변호사는 "ICE 관계자에 따르면, 오는 수요일(10일)까지 모든 한국인을 본국으로 돌려보내는 것을 목표로 현재 협상이 진행 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희망 섞인 소식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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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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