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이후 최대 증액, ‘중국 특색 대국 외교’ 영향력 확대 의지
국제기구 탈퇴하는 미국 대안세력 자처하며 우군 확보 주력
리창 총리 “글로벌 동반자 네트워크 확장…패권주의 반대”
중국-아프리카 협력 정상회의 만찬에 참석한 각국 정상. 2024.9.4 홍콩 SCMP 캡처
중국 정부가 세계적인 지정학적 불안정이 고조되는 가운데 미국의 외교적 공백을 메우고 자국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해 올해 외교 예산을 3년 만에 최대폭으로 증액했다.
6일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재정부는 전날 개막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에 올해 외교 예산을 전년 대비 9.3% 늘린 709억 7천500만 위안(약 15조 2천억 원)으로 책정하는 안을 제출했다. 이는 지난해 증액률(8.4%)을 웃도는 규모로, 시 주석의 3기 체제가 본격화된 2023년 이후 최고치다.
주목할 점은 올해 외교 예산 증액률(9.3%)이 국방 예산 증액률(7%)을 앞질렀다는 사실이다. 이는 트럼프 행정부의 고립주의 행보로 인해 발생한 국제적 공백을 활용, 중국이 대안적 리더십을 발휘해 글로벌 주도권을 확보하겠다는 포석으로 읽힌다.
중국은 이번 예산을 바탕으로 ‘글로벌 사우스’(남반구 신흥국 및 개도국)에 대한 영향력을 확대하고, 육·해상 실크로드인 ‘일대일로’ 협력을 고도화할 방침이다. 특히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와 세계대전 종전 80주년 기념행사 등을 통해 우군 확보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리창 국무원 총리가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개최된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연례회의 도중 대화를 나누고 있다. 베이징=연합뉴스
리창 국무원 총리는 정부공작보고를 통해 “지정학적 위험 증가로 외부 환경이 중국에 미치는 영향이 커지고 있다”며 “독립·자주적인 평화외교와 글로벌 동반자 관계 네트워크 확장을 통해 패권주의와 강권정치에 단호히 반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의 자국 우선주의를 견제하는 동시에, 국제 질서의 공정성을 명분 삼아 우군을 결집하려는 전략적 행보로 분석된다.
다만, 리 총리는 대미 메시지에서는 수위를 조절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는 지난해 미중 경제무역 협상의 성과를 언급하며, 트럼프 대통령의 방중을 앞두고 양국 관계의 안정성을 부여하려는 태도를 보였다.
전문가들은 중국의 이번 예산 확대를 ‘글로벌 거버넌스 개선을 위한 투자’로 분석한다. 추이훙젠 교수는 미 행정부의 잇따른 국제기구 탈퇴로 발생한 재정적·기능적 공백을 메우기 위해 중국이 선제적이고 능동적인 예산 편성을 단행한 것이라고 평가했다. 딜런 로 싱가포르 난양공대 부교수 역시 “미국이 소극적 외교를 펼칠 때 중국은 새로운 협력 체계를 구축해 여러 나라를 자기 영향권으로 끌어들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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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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