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쏠림의 부메랑…코스피 하루 만에 910p 폭락하며 역대 최대 낙폭 기록

이우창 기자

등록 2026-06-23 22:04

빅테크 AI 거품론 및 마이크론 실적 경계감에 아시아 증시 동반 조정

'숏 감마' 효과 및 단일종목 레버리지 상품이 변동성 키웠다 분석

서킷브레이커·사이드카 동시 발동…코스닥도 891.52로 올해 상승분 반납



급락 마감한 코스피코스피가 10% 가까이 급락해 8,200선을 간신히 지키며 마감한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직원이 업무를 보고 있다.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9.99%) 내린 8,203.84로 거래를 마쳤다. 사진=연합뉴스


극단적인 반도체 대형주 쏠림 현상으로 우려를 자아내던 코스피가 23일 급격한 조정을 맞이했다. 9,000선을 돌파한 지 단 3거래일 만에 지수는 8,200선까지 밀려나며 하루 기준 역대 최대 하락 폭을 기록했다.


한국거래소와 연합인포맥스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910.71포인트(9.99%) 폭락한 8,203.84로 장을 마감했다. 이는 이란 전쟁 발발 직후인 올해 3월 4일(12.06% 하락)에 이어 올해 들어 두 번째로 큰 하락률이며, 전일 종가 기준으로는 역대 가장 큰 하락 폭이다.


이날 지수는 전장보다 0.34% 내린 9,083.54로 출발한 뒤 종일 우하향 흐름을 보였다. 급격한 낙폭에 한국거래소는 오전 11시 40분께 프로그램 매도호가 일시효력정지(매도 사이드카)를 발동했고, 오후 2시 33분에는 서킷브레이커를 발동해 20분간 매매를 중단시켰으나 지수 하락세를 막지 못했다.


투자 주체별로는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4조 1,391억 원과 4조 5,129억 원(합계 약 8조 6,500억 원)을 순매도하며 시장에 매물을 쏟아냈다. 개인은 홀로 역대 최대 규모인 8조 5,223억 원을 순매수하며 저가 매수에 나섰으나 지수 하단을 지지하는 데는 실패했다.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 사진=EPA/연합뉴스


업종별로는 시가총액 최상위 반도체 종목들이 하락을 주도했다. 전 거래일 유가증권시장 시가총액 1위에 올라섰던 SK하이닉스는 하루 만에 12.47% 폭락하며 장을 마쳤고, 삼성전자 역시 12.31% 추락했다.


코스닥 지수 또한 전장 대비 76.88포인트(7.94%) 내린 891.52로 마감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오전 중 매도 사이드카가 발동됐으며, 지수가 900선 아래로 무너지면서 올해 상승분을 모두 반납했다.


이번 폭락의 주요 배경으로는 인공지능(AI) 분야의 투자 경쟁에 대한 회의론이 꼽힌다.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가 언론 인터뷰를 통해 성능 차이가 크지 않은 저가형 AI 모델의 등장과 가격 경쟁 심화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시장의 불안감이 커졌다. 이에 간밤 뉴욕증시에서 아마존(-4.75%), 마이크로소프트(-3.18%) 등 주요 빅테크 기업들의 주가가 동반 약세를 보였다. 마이크론의 실질 전망치가 공식 가이드라인을 웃돌면서, 실제 실적이 이를 넘어서지 못할 경우 실망 매물이 쏟아질 수 있다는 우려가 차익실현을 부추겼다.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PG)단일종목 레버리지 ETF. (PG) 김선영 제작 일러스트


아시아 주요국 증시도 닛케이225 지수가 3.55%, 대만 가권지수가 1.34% 하락하는 등 동반 약세를 보였으나 한국 증시의 낙폭이 단연 두드러졌다.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국내 증시의 독특한 구조적 요인이 변동성을 키웠다고 분석했다. 올해 코스피가 시총 상위주 위주로 급등하면서 차익실현 압력이 누적된 상황에서, 지난달 말 출시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단일종목 레버리지 및 인버스 상품이 변동성을 극대화했다는 지적이다.


시장 관계자는 레버리지 상품의 특성상 기초자산의 가격 변동에 맞춰 운용사가 대규모 물량을 기계적으로 매매해야 하므로, 유가증권시장 시총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두 종목의 주가 급락이 전체 지수 폭락으로 직결되는 '숏 감마(Short Gamma·하락 국면에서 헤지 물량 방출로 낙폭이 기하급수적으로 확대되는 현상)' 효과가 나타났다고 분석했다.


실제로 한국형 공포지수로 불리는 코스피200 변동성지수(VKOSPI)는 이날 전장 대비 2.35% 급등한 89.41로 장을 마감했다. 평상시 이 지수가 10~20선 내외에서 움직인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는 글로벌 금융위기 수준에 육박하는 극단적인 위기 신호다.


기업 실적의 피크아웃(정점 통과) 우려도 심리적 지지선을 무너뜨린 원인으로 거론된다. 시장 전문가들은 높은 실적 기대감이 오히려 예상을 밑돌 경우 충격을 키울 수 있다고 짚으며, 이번 조정 국면에서 코스피의 기술적 저점 지지선을 7,900선 안팎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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