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위정보근절' 내세운 입법 독주, '표현의 자유' 근간 흔들어선 안 된다

편집국 기자

등록 2025-12-24 10:53

사실 적시도 처벌 강화, 권력 비판 봉쇄하는 '전략적 소송'의 길 터주는 꼴



▲노종면 의원이 24일 국회에서 열린 12월 임시국회 본회의에서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에 대해 무제한 토론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이 오늘 국회 본회의에서 '허위조작정보근절법(정보통신망법 개정안)' 처리를 강행할 태세다. 국민의힘은 이를 '슈퍼 입틀막법'으로 규정하며 필리버스터(무제한 토론)로 맞서고 있지만, 의석수를 앞세운 야당의 벽을 넘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허위 정보로부터 사회를 보호하겠다는 입법 취지에는 공감하나, 그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표현의 자유 침해와 민주주의 후퇴에 대한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이번 개정안의 핵심은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이다. 허위 정보 유포로 손해를 끼칠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하도록 하고, 명예훼손에 대한 처벌 수위도 대폭 강화했다. 문제는 무엇보다 '허위·조작 정보'의 정의 자체가 주관적이고 모호하다는 점이다. 무엇이 허위이고 무엇이 조작인지를 판단하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에서 강력한 처벌 규정만 도입될 경우, 권력에 대한 비판이나 의혹 제기 자체가 위축되는 '전략적 봉쇄 소송'의 수단으로 악용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사실을 적시하더라도 비방 목적이 있다고 판단되면 형사 처벌 수위를 높이겠다는 대목은 더욱 위험하다. 이는 권력 감시라는 언론 본연의 기능과 공익 제보를 심각하게 위축시키는 결과를 초래할 것이다. 민주당은 사회적 책무 강화를 주장하지만, 법적 잣대가 정치적 이해관계에 따라 고무줄처럼 운용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의 알 권리 축소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입법의 정당성을 확보해야 할 국회가 극한의 대치로 기능을 상실한 모습은 개탄스럽다. 24시간마다 반복되는 필리버스터 강제 종료와 표결은 이미 국회의 일상이 되어버렸다. 오죽하면 국회 부의장이 "악법 제정에 협조할 수 없다"며 사회를 거부하는 초유의 사태까지 벌어졌겠는가. 우원식 국회의장이 이를 '반의회주의'라고 비판하기에 앞서, 여야가 충분한 숙의와 합의를 거칠 수 있도록 중재 리더십을 발휘하지 못한 점도 뼈아픈 대목이다.


민주주의의 근간은 자유로운 토론과 비판에 있다. 허위 정보의 폐해를 막는 것은 중요하지만, 그것이 '표현의 자유'라는 헌법적 가치를 훼손하는 수단이 되어서는 안 된다. 다수당이 입법 폭주를 멈추지 않고 소수당은 실효성 없는 저지에만 매달리는 악순환은 정치를 실종시키고 국민의 피로감만 높일 뿐이다. 지금이라도 다수당은 입법 속도전을 멈추고, 표현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이 조화를 이룰 수 있는 실질적인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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