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고려대 공동 연구팀, 44만 명 추적 관찰 결과… "운동은 단순 습관 개선 넘어선 의학적 처방"
이상지질혈증에 운동은 필수 (사진= 자료 이미지)
건강검진 결과표에서 '이상지질혈증'이라는 낯선 병명을 마주했다면 주목해야 한다. 그러나 뚜렷한 증상이 없어 진단 후에도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하고 방치하는 경우가 많아 '침묵의 위협'으로 불린다.
최근 이상지질혈증 환자가 진단 이후 꾸준히 운동을 시작하면 치명적인 심장 합병증인 '심방세동' 발생 위험을 크게 낮출 수 있다는 대규모 연구 결과가 나와 주목받고 있다. 이는 운동이 단순한 생활 습관 개선을 넘어 중요한 의학적 처방이 될 수 있음을 시사한다.
증상 없는 이상지질혈증, 방치하면 심장까지 위협
이상지질혈증은 혈액 검사상 ▲총콜레스테롤 240㎎/dL 이상 ▲저밀도(LDL) 콜레스테롤 160㎎/dL 이상 ▲중성지방 200㎎/dL 이상 ▲고밀도(HDL) 콜레스테롤 40㎎/dL 미만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할 때 진단된다.
문제는 혈관 속에 기름기가 쌓여도 환자 스스로 느끼는 자각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많은 환자가 치료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방치하게 된다. 하지만 관리되지 않은 이상지질혈증은 혈관 벽에 콜레스테롤이 쌓여 혈관이 좁아지고 딱딱해지는 동맥경화증으로 이어질 수 있으며, 이는 가장 흔한 부정맥 질환인 심방세동의 주요 원인이 된다.
심방세동은 심장의 심방이 규칙적으로 수축하지 못하고 미세하게 떨리는 질환이다. 심장 리듬이 불규칙해지면서 가슴 답답함, 어지럼증, 호흡 곤란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더 큰 문제는 혈액의 흐름이 정체되면서 혈전(피떡)이 생기기 쉬워진다는 점이다.
이 혈전이 혈관을 타고 흐르다 뇌혈관을 막으면 뇌졸중을, 심장 기능을 떨어뜨리면 심부전을 유발하며, 나아가 치매와 같은 치명적인 합병증의 '도화선'이 될 수 있다.
원인은 유전적 요인도 있지만, 기름진 음식과 단순당 위주의 식습관, 과음, 운동 부족, 비만 등 생활 습관과 매우 밀접한 관련이 있다. 따라서 치료 역시 약물 복용과 함께 생활 습관 개선이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운동은 '약', 중단은 '독'… 데이터로 증명된 운동의 두 얼굴
서울대 의대 의과학과 박상민 교수(대통령 주치의), 김혜준 연구원과 고려대 의대 의료정보학과 정석송 교수 공동 연구팀은 운동의 중요성을 데이터로 명확히 입증했다.
연구팀은 2011년부터 2015년 사이 이상지질혈증을 처음 진단받은 성인 44만 1,509명의 데이터를 약 9년간 추적 관찰했다.
혈관 콜레스테롤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분석 결과, 진단 전에는 거의 운동하지 않던 환자가 진단 이후 주당 1,000 MET/분(MET·Metabolic Equivalent Task: 운동 강도 단위) 이상으로 신체활동을 늘리자,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운동하지 않는 그룹에 비해 15%나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대의 경우도 뚜렷했다. 진단 전 주당 1,000 MET/분 이상 꾸준히 운동하던 환자가 진단 후 운동을 중단하자, 심방세동 발생 위험이 오히려 23%나 높아졌다. 이는 운동의 일관성과 지속성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참고로 'MET'는 운동 강도를 나타내는 단위다. 빠르게 걷기(30분), 가벼운 등산(20분), 자전거 타기(25분) 등을 주 5회 실천하는 것만으로도 1,000 MET/분을 충분히 달성할 수 있는, 결코 높지 않은 목표다.
이러한 운동의 예방 효과는 성별, 스타틴 등 약물 복용 여부와 관계없이 일관되게 나타났으며, 특히 65세 이상 고령층에서도 뚜렷한 효과를 보였다.
연구팀은 운동이 심장의 구조와 기능을 안정화하고, 체중·혈압·혈당과 같은 심방세동의 다른 위험 요인들을 동시에 개선함으로써 예방 효과를 내는 것으로 분석했다.
박상민 교수는 "이번 연구는 운동이 단순한 생활 습관 개선 차원을 넘어, 이상지질혈증 환자의 심방세동 예방에 중요한 의학적 근거가 될 수 있음을 보여준다"고 연구의 의미를 강조했다.
정석송 교수는 "이상지질혈증 진단을 받았다면 약에만 의존할 것이 아니라, '운동 처방'을 받는다는 생각으로 적극적인 신체활동 계획을 세우고 실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국제학술지 '예방 의학 보고'(Preventive Medicine Reports) 최신호에 게재됐다.
– 저작권자 ⓒ 국일일보,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AI 학습 및 활용 금지 –

이우창
기자
-
미얀마 국경에 세워진 '2조 원대 범죄 제국'의 실체
-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 '주춤', 민주당은 '출범 첫 30%대' 쇼크
-
언론 자유의 암흑기…미 국방부 보도 통제에 기자단 집단행동으로 맞서다
-
이재명 대통령, 스웨덴 왕세녀와 미래 협력 논의
-
'범죄 소굴' 된 캄보디아…정부, 교민 구출 '합동 대응팀' 급파
-
파월의 '피벗' 선언…금리 인하 넘어 양적긴축 중단까지
-
혈세 41억은 퇴역 장성 쌈짓돈?…국방과학연구소 '그들만의 리그'
-
미중, '관세 폭탄' 주고받으면서도 대화 문은 '활짝'
-
시진핑의 '여성 인권' 약속, 현실과 동떨어진 '공허한 메아리'?
-
'답변 없는' 대법원 국감…민주당, 맹공 퍼붓고 "우리도 잘못"
-
한지붕 두 회사, 국가유산청 '특혜 계약' 독식 논란
국가유산청이 사실상 한 업체가 운영하는 회사 두 곳에 일감을 몰아주면서, 그중 한 곳을 여성기업으로 위장해 계약 특혜를 줬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소속 배현진 의원은 16일 국정감사에서 이 문제를 지적했다. 배 의원에 따르면, 국가유산청은 2020년부터 5년간 디자인 업체 D사와 S사와 총 30건의 수의계약을 맺었다. 이 중 S사는
-
'김치 발효 방해꾼'의 반전…알고 보니 숨은 조력자는 '바이러스'였다
세계김치연구소는 그동안 발효식품의 문제점으로만 여겨졌던 박테리오파지가 김치 발효 과정에서는 오히려 유익한 미생물의 생존을 돕는 '조력자'임을 규명했다고 16일 밝혔다. 박테리오파지는 세균을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로, 그동안 발효를 일으키는 유익균(종균)의 성장을 방해해 발효 실패의 주범으로 알려져 왔다. 그러나 이번 연구는 박테리오파지가 특정 미생물만
-
'북방정책' 33년 만의 재현…노태우 아들, 아버지 이어 주중대사로
이재명 정부의 첫 주중대사로 노태우 전 대통령의 장남인 노재헌(60) 동아시아문화센터 이사장이 임명됐다. 외교부는 16일 노 이사장을 주중대사로 공식 임명했다. 이로써 지난 1월 정재호 전임 대사 이임 후 약 9개월간 공석이었던 주중대사직이 채워졌다. 노 신임 대사의 발탁 배경에는 부친 노 전 대통령이 1992년 한중 수교를 이끈 '북방정책'의 상징성이
-
송도 '전력 대란', 첨단기업 투자 길목 막았다
인천경제자유구역 송도국제도시의 전력 인프라 부족 문제가 한계에 부딪히며, 기업 투자 유치에 '경고등'이 켜졌다. 국회 허종식 의원(더불어민주당)이 한국전력공사로부터 받은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2년 7월부터 2024년 3월까지 송도국제도시에 접수된 전력 공급 신청 25건 중 14건(56%)이 불허됐다. 특히 바이오·반도체 등 첨단 산업의 핵심인
-
대두 전쟁: 밥상 위로 번진 미-중 패권 다툼
미국과 중국 간 '대두 전쟁'이 격화하고 있다. 중국이 미국산 대두 수입을 중단하자, 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은 이를 '적대행위'로 규정하며 보복성 제재를 경고했다. 이번 갈등의 배경에는 트럼프 전 대통령의 주요 지지 기반인 미국 농업계의 불만이 있다. 특히 수확철을 맞아 중국이라는 거대 판로를 잃은 대두 농가의 타격이 크다. 야당인 민주당 역시
-
구멍 뚫린 세원, 불법 단말기가 삼킨 세금 441억
최근 3년간 미등록 결제대행(PG) 업체의 불법 결제 단말기를 이용한 탈세액이 441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수영 의원이 국세청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2년부터 지난해까지 관련 적발 건수는 총 4,371건으로 집계됐다. 탈세 규모는 2022년 30억 원(288건)에서 2023년 177억
-
동족을 노리는 검은 손... 캄보디아발 '취업 사기'의 실체
최근 캄보디아를 근거지로 한 한국인 대상 투자 사기 및 보이스피싱 범죄가 급증하고 있다. 이들 조직은 범죄에 필요한 한국인 조직원을 확보하기 위해 납치와 감금까지 서슴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부산 서부경찰서 오영훈 수사과장은 캄보디아 현지 탐문 수사 결과를 통해 이 같은 사실을 밝혔다. 현재 경찰이 추적 중인 한 투자 리딩 사기 조직은
-
21조원 비트코인 몰수…미·영, '北 자금 세탁' 연루된 캄보디아 사기 제국 정조준
미국과 영국 정부가 캄보디아 등지를 거점으로 인신매매와 금융 사기를 자행해온 국제 범죄 조직을 제재했다고 14일(현지시간) 밝혔다. 이번 조치는 전 세계적으로 금융 사기와 인신매매를 통해 막대한 이익을 취한 '프린스 그룹'(Prince Group)과 그 회장 천즈를 핵심 제재 대상으로 삼았다. 미 재무부는 프린스 그룹을 '초국가적 범죄조직'으로 지정하고
-
"인도가 미래다"…구글, 21조원 쏟아부어 AI 전초기지 건설
구글이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에 향후 5년간 150억 달러(약 21조 4천억원)를 투자해 대규모 데이터센터를 구축한다. 이는 구글이 미국 외 지역에 진행하는 AI 관련 투자 중 역대 최대 규모다. 토마스 쿠리안 구글 클라우드 CEO는 이번 투자가 미국 외 지역에서 이루어진 AI 관련 투자 중 가장 큰 규모라고 강조했다. 신규 데이터센터 단지는 항구도시
-
고령 농민 덮치는 '살인 진드기병', 정부는 예방에 손 놓았나
백신이나 치료제가 없는 중증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SFTS), 이른바 '살인 진드기병'으로 인한 누적 사망자가 400명을 넘어섰으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의 대응 예산은 전무한 것으로 확인됐다. 14일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조경태 의원이 농식품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치명률 18.2%에 달하는 SFTS의 누적 사망자는 총
국일일보 © 국일일보 All rights reserved.
국일일보의 모든 콘텐츠(기사 등)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은바, 무단 전재,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
RSS